[강도치사·특수강도] 확정[각공2016하,783]
【판시사항】
피고인들 3인이 흉기를 휴대하고 합동하여 슈퍼마켓에 침입한 후 피해자 갑, 을, 병을 폭행·협박하여 돈과 패물을 강취하고 그 과정에서 병을 질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내용의 특수강도 및 강도치사의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되었는데, 그 후 진범 정 등 3인의 자백진술 등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어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재심사유로 재심이 개시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들 3인이 흉기를 휴대하고 합동하여 슈퍼마켓에 침입한 후 피해자 갑, 을, 병을 폭행·협박하여 돈과 패물을 강취하고 그 과정에서 병을 질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내용의 특수강도 및 강도치사의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되었는데, 그 후 진범 정 등 3인의 자백진술 등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어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재심사유로 재심이 개시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피고인들이 범행을 시인하는 취지의 각 진술은 진술 내용이 일관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고, 자백의 동기나 이유,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 다른 증거들과 모순되는 점 등에 비추어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슈퍼마켓에 침입하여 금품을 강취하고 나아가 병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한 사례.
【참조조문】 형법 제333조, 제334조 제2항, 제338조, 형사소송법 제308조, 제325조, 제420조 제5호【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재심청구인】 피고인들
【검 사】 최성우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박준영 외 3인
【재심대상판결】 전주지법 1999. 4. 29. 선고 99고합42 판결
【주 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중학교 선후배관계에 있는 자들인바,
1999. 2. 5. 21:30경 피고인 1이 전북 완주군 (주소 1 생략) 소재 자신의 집에서 차량절도 범행을 하기 위하여 식칼 1개와 주1) 펜치 1개, 드라이버 2개, 흰색 목장갑 2켤레, 청색테이프 1개 등을 가지고 나오다가 피고인 3, 피고인 2를 만나 전북 완주군 ○○읍 ○○리 소재 △△대학교 구내에 들어가 함께 잠을 자다가, 1999. 2. 6. 01:00경 잠에서 깨어나 △△대학교 주변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 안에서 금품을 절취하려 하였으나 마땅한 물건을 찾지 못하게 되자 부근을 배회하던 중, 위 같은 날 04:00경 피고인 1의 제의하에 인근에 있는 전북 완주군 (주소 2 생략) 소재 피해자 공소외 1(남, 37세), 공소외 2(여, 33세) 부부가 운영하는 □□슈퍼에 침입하여 금품을 강취하기로 결의하고, 합동하여,
가. 위 같은 날 04:00 위 □□슈퍼 앞에 이르러, 피고인 1이 먼저 담장을 넘어 들어가 시정되어 있는 대문을 열어주자 피고인 2, 피고인 3이 함께 대문 안으로 들어가, 피고인 1은 양손에 흰색 목장갑을 낀 상태로 식칼 1개를 집어 들고 피해자들을 협박하고, 피고인 2는 역시 양손에 흰색 목장갑을 낀 상태로 드라이버를 집어 들고 피해자들을 협박하고, 피고인 3은 피해자들이 피고인들의 인상착의를 알아채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피해자들의 눈과 입에 청색테이프를 붙이기로 하는 등 상호 역할분담을 한 다음, 피고인 1이 미리 준비한 십자드라이버를 이용하여 주방으로 통하는 시정된 새시문을 열자 피고인 2가 피고인 1로부터 십자드라이버 2개를 건네받아 주방에서 내실 작은방으로 통하는 시정된 새시문을 연 후, 피고인 3이 미리 준비한 라이터를 켜서 방 안을 비추고, 피고인 2, 피고인 1, 피고인 3의 순서로 내실 작은방으로 들어가, 피고인 1은 그곳에서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 공소외 2의 목에 흉기인 전체 길이 31cm 정도의 식칼을 들이대고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죽여 버리겠다.”라고 협박하고, 피고인 2는 위 공소외 2의 남편인 피해자 공소외 1의 목에 흉기인 전체길이 27cm의 드라이버 1개를 들이대고 역시 위와 같은 말로 협박하고, 피고인 3은 미리 준비해온 청색테이프를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 부부의 눈과 입에 신속하게 부착하고, 장롱 속에서 넥타이와 살색 허리띠를 꺼내어 넥타이로 피해자 공소외 1의 양 손목을 뒤로 하여 묶고 살색 허리띠로 양 발목을 묶고, 계속하여 장롱 속에 있는 밤색 가죽혁대 2개를 꺼내어 피해자 공소외 2의 양손과 양 발목을 묶고 피해자들을 엎드리게 하고 이불을 뒤집어 씌워 항거불능케 한 다음, 피고인 3은 장롱 서랍 속에 있는 지갑 안에서 피해자들 소유의 현금 18만 원을 꺼내고, 피고인 1은 장롱 위 종이상자 위에 있던 아기베개를 위 식칼로 찢고 피고인 2가 위 아기베개 속에서 피해자들 소유의 18K 여자용 금반지 1개와 금목걸이 1개, 금팔찌 1개, 금귀고리 2개, 남자용 금반지 1개 등 시가 합계 200만 원 상당을 꺼내어 이를 강취하고,
나. 계속하여, 피고인 2가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 부부를 감시하고 있는 틈을 이용하여 피고인 1, 피고인 3은 내실 큰방으로 건너가 책상 서랍을 뒤지다가 내실 큰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 공소외 3(여, 77세)이 잠에서 깨어 놀라 “누구냐?”라고 고함을 지르자, 피고인 3이 곧바로 피해자 공소외 3의 입을 막고 피고인 1은 피해자 공소외 3의 얼굴을 주먹으로 3회 때린 다음 “돈이 어디에 있느냐?”면서 그녀의 목에 흉기인 위 식칼을 들이대고 그녀가 책상 서랍 속에 돈이 있다고 말하자, 피고인 3은 미리 준비해온 위 청색테이프를 피해자 공소외 3의 눈과 입에 부착하면서 그녀의 코 부분까지 청색테이프를 부착하고 위 청색테이프로 그녀의 양 손목과 양 발목을 묶어 항거불능케 한 다음, 피고인 1은 책상 서랍 속에 있던 피해자 공소외 3 소유의 현금 25만 원을 꺼내어 이를 강취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 공소외 3으로 하여금 위 같은 날 04:30경 위 같은 곳에서 입과 코에 부착된 위 청색테이프로 인하여 비구폐쇄성 질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2. 이 사건의 경과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들이 인정된다.
가. 1999. 2. 6. 04:00경 전북 완주군 (주소 2 생략)에 있는 ‘□□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하여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 등으로부터 현금과 패물을 강취하고, 피해자 공소외 3을 비구폐쇄성 질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나. 사건 발생 직후, 완주경찰서는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의 진술을 토대로 ‘20대 전후로 보이는 남자 3명, 피의자 중 1명은 경상도 말씨 사용’을 범인들의 특징으로 특정하여 광범위한 탐문수사를 한 끝에 그 지역민(○○)으로 주2) 정신지체장애 등이 있는 피고인들을 피의자로 체포하여 피고인들로부터 이 사건 범행에 관한 자백을 받아낸 다음,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였다.
다. 피고인들은 검찰에서도 대체적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또 다른 공범인 공소외 4도 자신들과 함께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이 사건 범행 당시 공소외 4가 다른 장소에 있었음이 증명되자, 담당 검사는 1999. 3. 13. 공소외 4를 제외한 피고인들에 대하여만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하였다.
라.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 이어 재심 전 제1심 재판과정에서도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하였고, 이에 이 법원은 1999. 4. 29. 피고인들의 자백진술과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의 각 진술, 사법경찰관 작성의 검증조서를 주된 유죄의 증거로 삼아 피고인 1을 징역 6년에, 피고인 2, 피고인 3을 각 징역 장기 4년 단기 3년에 처하는 내용의 판결(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다.
마. 피고인들은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광주고등법원 99노447호로 주3) 항소하였으나, 위 법원은 1999. 7. 2.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이에 피고인 2가 대법원 99도3661호로 주4) 상고하였으나 대법원 역시 1999. 10. 22.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그 무렵 피고인들에 대한 재심대상판결이 그대로 주5) 확정되었다.
바.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된 이후, 부산지방검찰청은 1999. 11. 24.경 이 사건 범행의 진범이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이하 ‘공소외 5 등 3인’이라 한다)이라는 제보를 받고 내사를 한 끝에 공소외 5 등 3인으로부터 자신들이 이 사건 범행의 진범이라는 자백을 받아내었으나, 2000. 1. 27. 범죄발생지 관할청인 전주지방검찰청으로 위 내사사건을 이송하였다. 전주지방검찰청은 이송받은 사건을 종전에 피고인들을 수사하여 기소하였던 검사인 공소외 8에게 배당하였고, 공소외 8은 공소외 5 등 3인을 조사한 후 공소외 5 등 3인의 자백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결정을 하고 내사를 종결하였다.
사. 한편 피고인 2는 위 무렵에 이 법원 2000재고합1호로 이 사건 범행의 진범인 공소외 5 등 3인이 검거된 사정과 ‘공소외 2, 공소외 9의 각 진술서’를 새로운 증거로 제출하며 재심대상판결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소정의 재심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이 법원은 2000. 9. 29. 위 피고인의 재심청구를 기각하였고, 이에 피고인 2가 불복하여 광주고등법원 2000로6호로 항고하였으나, 위 법원 역시 2001. 11. 26. 위 피고인의 항고를 기각하였다.
아. 그 후 피고인들은 2015. 3. 5. 이 법원 2015재고합1호로 재심대상판결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1, 5, 7호 소정의 재심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재심을 청구하였고, 이 법원은 2016. 7. 8. 공소외 5 등 3인이 자신들이 이 사건 범행의 진범이라고 자백하는 내용의 진술들과 이들의 자백진술을 뒷받침하는 공소외 10, 공소외 11, 공소외 12, 공소외 2, 공소외 1 등의 참고인진술 등은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된 이후에 발견된 새로운 증거로서 피고인들의 무죄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여 재심대상판결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소정의 재심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재심개시결정을 하였고, 위 결정은 즉시항고기간의 경과로 그대로 확정되었다.
3. 주6) 판단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2도5662 판결 등 참조). 또한 피고인이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을 한 경우, 그 진술내용이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가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다른 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은 없는지 등을 고려하여 그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5407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슈퍼에 침입하여 금품을 강취하고 피해자 공소외 3을 사망에 이르게 한 범행을 시인하는 취지의 각 진술은 그 진술내용이 일관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고, 자백의 동기나 이유,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 다른 증거들과 모순되는 점 등에 비추어 그 신빙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할 것이며,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슈퍼에 침입하여 금품을 강취하고 나아가 피해자 공소외 3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가. 피고인들의 자백진술의 일관성 등
1) 피고인들은 비록 수사기관에서부터 재심 전 항소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이 □□슈퍼에 침입하여 금품을 강취하고, 피해자 공소외 3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내용의 공소사실을 시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으나(다만, 피고인 2는 검찰 제1회 조사 시와 대법원 상고 시에는 자백진술을 번복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들의 자백진술은 공범, 범행도구, 범행의 방법과 내용 등 범행의 주된 부분에 관한 진술내용이 전혀 일관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로 간에도 모순되거나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2) 피고인들은 경찰에서 처음에는 공소외 4를 포함하여 4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였다가 공소외 4가 이를 부인하자, 위 진술을 번복하여 공소외 4의 가담사실을 부인하다가 검찰에서 다시 공소외 4도 자신들과 함께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을 변경하였고, 특히 피고인 2는 경찰 제2회 조사에서 자신은 공소외 4의 제의로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하였을 뿐만 아니라 공소외 4가 이 사건 범행을 주도하였다고까지 진술하였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4는 이 사건 범행 당시 다른 장소에 있었던 사실이 증명되어 검사는 공소외 4를 제외한 피고인들에 대하여만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하였다(한편 피고인 3은 경찰 제1회 조사에서 피고인 1과 그날 처음 본 이름도 모르는 피고인 1의 친구 2인과 함께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피고인 2와 공소외 4는 이 사건 범행의 공범이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한 바도 있다).
3) 피고인들은 경찰에서 처음에는 당시 피고인 1이 드라이버로 피해자 공소외 2의 목을 누르며 위협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피해자 공소외 2가 자신은 칼로 위협을 당하였다고 진술하자 이를 받아들여 피고인 1이 칼로 피해자 공소외 2를 위협한 것으로 진술을 변경하였다(한편 피고인 1은 경찰 제1회 조사에서 당시 자신들은 칼을 전혀 소지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으나 경찰 제2회 조사에서는 공소외 4가 과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진술을 변경하였고, 그 후 경찰 제3회 조사에서부터는 자신이 집에서 펜치, 십자드라이버, 청색테이프 등과 함께 부엌칼을 가지고 나온 것으로 진술을 재차 변경하였으며, 나아가 피고인 2는 경찰 제1회 조사에서 공소외 4가 공범임을 전제로 공소외 4가 청색테이프를 준비하고, 피고인 1이 펜치와 십자드라이버를 준비하였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4) 피고인 1은 경찰 제1회 조사에서 □□슈퍼의 바깥 새시문과 그 안쪽의 내실로 통하는 새시문을 자신과 피고인 2가 펜치를 사용하여 열었다고 진술하였다가, 경찰 제3회 조사에서는 자신이 먼저 펜치와 드라이버를 사용하여 바깥 새시문을 연 후에 피고인 2가 역시 펜치와 드라이버를 사용하여 안쪽의 새시문을 연 것으로 진술을 변경하였고, 그 후 검찰에서 다시 자신이 펜치와 드라이버를 사용하여 바깥 새시문을 열고 이어 피고인 2가 드라이버를 사용하여 안쪽의 새시문을 열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재차 변경하였다. 피고인 3도 경찰 제1회 조사에서는 피고인 1이 펜치를 사용하여 바깥 새시문을 열고, 이어서 피고인 1이 드라이버로 안쪽의 새시문을 열었다고 진술하였으나, 검찰에서는 피고인 1이 펜치와 드라이버로 바깥 새시문을 열고, 피고인 2가 드라이버로 안쪽의 새시문을 열었다고 진술을 변경하였고, 피고인 2 역시 경찰 제1회 조사에서 피고인 1이 바깥 새시문을 드라이버를 사용하여 연 후에 공소외 4가 펜치로 안쪽의 나무로 된 문의 시정장치를 열었다고 진술하였다가, 검찰에서는 피고인 1이 펜치와 드라이버로 바깥 새시문을 열고, 이어 피고인 2가 드라이버로 안쪽의 새시문을 연 것으로 진술을 변경하였다.
5) 피고인 3은 경찰 제1회 조사에서 자신은 당시 피고인 1로부터 강취한 현금 중 58,000원을 건네받았다고 진술하였다가, 경찰 제1회 조사에서는 피고인 1로부터 6만 원을 건네받았다고 진술을 변경하였고, 피고인 1도 경찰에 처음 강취한 현금이 5, 6만 원 정도여서 피고인 3과 이를 반씩 나누어 가졌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가, 경찰 제1회 조사에서는 강취한 현금이 25만 원이고 그중 자신이 10만 원을, 피고인 3, 피고인 2와 공소외 4가 각 5만 원씩을 나누어 가졌다고 진술을 변경하였다. 피고인 2 역시 경찰 제1회 조사에서는 자신이 궤짝 안에 있는 현금통에서 현금 45만 원을 가지고 나왔다고 진술하였으나, 검찰에서는 피고인들과 공소외 4 4인이 각 6만 원씩을 나누어 가져 당시 강취한 현금이 24만 원이라는 취지로 진술을 변경하였다.
6) 한편 피고인 3은 강취한 패물과 관련하여 경찰에서는 당초 패물을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검찰 제1회 조사에서 피고인 2가 패물을 가지고 나오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을 변경하였고, 그 후 검찰 제2회 조사에서 다시 패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을 재차 번복하였다. 피고인 1도 경찰 제1회 조사에서는 패물을 가지고 나와 범행 직후 집 부근의 도랑에 버렸다고 진술하였으나, 경찰 제3회 조사에서부터는 패물에 관하여 모른다거나 피고인 2가 가지고 갔다는 취지로 진술을 변경하였다. 피고인 2도 경찰 제1회 조사에서는 패물을 공소외 4에게 모두 주었다고 진술하였으나, 경찰 제2회 조사에서는 금반지와 목걸이는 피고인 1의 집 부근의 하천에 버렸고 은반지는 여자친구에게 주었다고 진술을 변경하였다가, 나중에는 다시 패물은 땅에 묻었다고 진술을 재차 변경하였다.
나. 피고인들의 자백진술 자체의 객관적 합리성
1) 피고인 1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범행 전날 21:30경 집에서 펜치 1개, 십자드라이버 2개, 청색테이프 1개를 바지 양쪽 주머니에 넣고, 부엌칼 1개를 허리춤에 차고 나와 피고인 3, 피고인 2와 함께 △△대학교에 가서 놀다가 새벽 01:00경 인근의 덤프트럭 2대에서 금품을 절취하려다 실패한 후, 새벽 04:00경 □□슈퍼에 침입하여 범행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 피고인 1이 이와 같이 가방 등에 도구를 담지 않고 펜치 1개, 드라이버 2개, 청색테이프 1개, 부엌칼 1개를 호주머니에 넣거나 허리춤에 차고 나와 다른 곳에서 장시간 놀다가 □□슈퍼에 침입하여 강도를 하였다는 것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2) 피고인 2는 경찰 제2회 조사에서 피고인 1이 집에서 나올 때 펜치와 일자드라이버, 십자드라이버, 청색테이프를 가지고 나왔을 뿐만 아니라 칼도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넣고 나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이와 같이 피고인 1이 날카로운 칼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나왔다는 것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3)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 강취한 패물의 종류나 모양 등 성상에 관하여 아무런 진술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1, 피고인 2는 검찰에서 강취한 패물을 도랑에 버리거나 땅에 묻어 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한편 피고인 1은 경찰에서 패물이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도랑에 버렸다고 진술하였다), 금품을 노린 피고인들이 강취한 패물의 성상에 관하여 아무런 기억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강취한 패물을 강취 당일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도랑에 버렸다는 것 역시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다. 다른 증거와의 모순점 등
1) 이 사건 직후 피해자 공소외 2 등은 경찰에서 범인은 20대 전후로 보이는 남자 3명으로 그중 1명은 경상도 말씨를 사용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피고인들은 익산 토박이들로서 경상도 말씨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피해자 공소외 2 등이 말하는 범인의 특징에 부합하지 않는다.
2) 피고인들은 당시 □□슈퍼의 대문이 닫혀 있어 피고인 1이 담을 넘어 들어가 대문을 열어주었다고 진술하였는데, 이 역시 당시 대문이 고장 나 열려 있었다는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의 진술에 부합하지 않는다.
3)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 공소외 4가 당시 범행을 제의하거나 과도 또는 청색테이프를 준비하는 등 이 사건 범행을 주도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범행 당시 공소외 4가 다른 장소에 있었음이 증명되었으므로 공소외 4에 관한 피고인들의 진술은 모두 그대로 믿기 어렵다.
4) 피고인들은 범행 당시 강취한 현금의 액수에 관하여도 경찰에서는 5, 6만 원에서부터 45만 원까지 서로 일치하지 않는 진술을 하다가 검찰에서부터 현금 43만 원 정도라고 일치된 진술을 하였으나, 이 또한 강취당한 현금이 10여만 원이라는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주7) 의 진술에 부합하지 않는다.
5) 피고인 1, 피고인 2는 검찰에서 강취한 패물을 버리거나 땅에 묻었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 2는 강취한 패물 중 은반지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주었다고 진술하였는데, 피고인들이 패물을 버렸다는 부근 일대를 경찰이 수색하였으나 패물을 찾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2의 여자친구로부터 은반지를 회수하여 피해자 공소외 2에게 확인하였으나 피해자 공소외 2는 자신이 강취당한 패물이 아니라고 진술하였다.
6) 피고인 1, 피고인 3은 피고인 1이 피해자 공소외 3의 안면 부분과 좌측 뺨 부위를 주먹으로 2~3회 가격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피해자 공소외 1 등의 진술 및 수사보고, 검시조서의 기재에 의하면 피해자 공소외 3의 시신에서 입 주위가 부은 주8) 것 외에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당한 것으로 보이는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7) 피고인들은 이 사건 범행 직전에 △△대학교 인근에 있는 화물트럭 2대를 운전석 유리를 발로 미는 등의 방법으로 문고리를 딴 후 실내에 침입하여 금품을 절취하려 하였다가 실패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이 사건 당일 △△대학교 인근에서 위와 같은 피해를 입었다는 트럭 운전사들의 신고가 경찰 등에 접수된 바는 없다.
라. 공소외 5 등 3인의 진술과의 비교 등
1) 공소외 5 등 3인은 이 사건 범행이 발생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공소시효가 그대로 남아 있던 2000. 1. 25.경 이 사건 범행에 관하여 자백을 하였는바, 공소외 5 등 3인이 강도치사와 특수강도의 무거운 죄책을 부담하면서까지 자신들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허위진술을 할 아무런 이유나 동기를 찾아볼 수 없다. 또 이 사건 발생 직후 완주경찰서가 조사한 용의자의 특징은 ‘20대 전후로 보이는 남자 3명, 그중 1명은 경상도 말씨 사용’이었는데, 피고인들은 익산 토박이들로서 경상도 말씨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데 반하여, 공소외 5 등 3인은 부산 ◇◇초등학교 선후배로 경상도 말씨를 사용하므로, 공소외 5 등 3인이 완주경찰서가 파악한 범인의 특징에 더 부합한다.
2) 공소외 5 등 3인의 자백진술은 그 범행의 방법, 내용 등에 관하여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될 뿐만 아니라, 주된 부분에 있어 서로 간에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 특히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범행 장소의 상황, 강취한 현금의 액수, 패물 등에 관한 피고인들의 진술은 피해자들인 유족들의 진술과 맞지 않고, 공소외 5 등 3인의 진술이 피해자들의 진술에 부합한다. 또 공소외 5 등 3인의 자백진술에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슈퍼의 위치 및 내부구조, 잠을 자던 피해자들의 위치, 범행 중의 대화 내용 등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고, 이러한 진술내용은 모두 유족 등에 의하여 실제에 부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3) 범행 장소의 상황과 관련하여 피고인들은 당시 □□슈퍼의 대문이 닫혀 있어 피고인 1이 담을 넘어 들어가 대문을 열어주었다고 진술한 데 반하여, 공소외 5 등 3인은 당시 대문은 닫혀 있지 않고 열려 있었다고 진술하였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유족인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도 당시 대문이 고장 나 열려 있었다고 하여 공소외 5 등 3인의 진술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다. 또 공소외 5 등 3인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슈퍼의 위치나 내부구조, 당시 방에서의 피해자들의 위치 등을 약도 등으로 그렸는데, 이러한 약도 등의 내용은 모두 피해자들의 진술 등에 의하여 실제에 부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나아가 피해자 공소외 2는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목을 누르던 도구가 차갑고 날카로워 ‘칼’인 줄 알고 ‘칼’이라고 진술하였다고 하나, 당시 범인이 그 도구로 피해자 공소외 2의 목을 계속 누르고 있었음에도 상처 하나 나지 않고 약하게 긁힌 흔적만 났을 뿐인 점에 비추어 그 도구는 피고인들이 진술한 ‘칼’이 아니라 공소외 5 등 3인이 진술한 ‘신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4) 피고인들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시 강취한 현금의 액수에 관하여 경찰에서는 5, 6만 원에서 45만 원까지 서로 일치하지 않는 진술을 하다가 검찰에서부터 어느 정도 일치하여 현금 43만 원 정도라고 진술하였는데, 공소외 5 등 3인은 처음부터 범행 당시 강취한 현금은 10여만 원에 불과하다고 일관하여 진술하였고, 피해자인 공소외 2, 공소외 1도 강취당한 현금은 10여만 원이라고 진술하여 공소외 5 등 3인의 진술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다. 또 피고인들은 강취한 패물에 관하여도 경찰에서는 언급을 하지 않거나 부인하는 등 서로 일치하지 않는 진술을 하다가 검찰에서 피고인 1, 피고인 2가 강취한 패물을 도랑에 버리거나 땅에 묻어 버렸다고 진술하였는 데 반하여, 공소외 5 등 3인은 일관하여 범행일로부터 며칠 후에 공소외 6이 부산에 내려와 공소외 11과 함께 공소외 12가 운영하는 ‘▽▽사’에 가서 강취한 패물을 팔았다고 진술하였고, 공소외 12도 1999. 2. 중순경 공소외 6 등으로부터 녹색 큐빅이 박힌 여자용 목걸이 등 패물을 44만 원에 구입한 사실이 있다고 하여 공소외 5 등 3인의 진술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으며, 피해자 공소외 2도 재심청구에 대한 심리절차에서 공소외 12가 매수하였다는 패물의 모양, 색깔, 종류 등이 자신이 강취당한 패물의 그것과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5)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은 최초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으면서 범행 당시 범인 중 1인이 피해자 공소외 2에게 “아기 돌반지는 어디 있느냐?”라고 물어 “금 모으기 운동할 때 팔고 없다.”라고 대답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공소외 6도 2000. 1. 25. 검찰에서 범행 당시 자신이 여자 피해자에게 “아기 돌반지는 어디 있느냐?”라고 물었더니 여자 피해자가 “다 팔아 먹었다.”라는 취지로 대답하였다고 진술하여 범행 중의 대화와 관련하여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의 진술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 반면에, 피고인들은 이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6) 공소외 5 등 3인은 당시 실신한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 공소외 3의 얼굴에 물을 뿌리고 입안에 물을 흘려 넣어주었다고 진술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도 재심청구에 대한 심리절차에서 “당시 공소외 3의 얼굴이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라는 취지로 공소외 5 등 3인의 진술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 반면에, 피고인들은 이에 대하여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또 피해자 공소외 2는 재심청구에 대한 심리절차에서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피고인 1을 면회하여 목소리를 확인하였는데, 범행 당시 자신이 들은 범인의 목소리가 아니었고, 반면에 내사사건 당시 부산지방검찰청에서 공소외 6을 조사한 동영상을 확인하였는데, 공소외 6의 목소리가 바로 범행 당시 자신이 들었던 범인의 목소리와 같았다고 진술하였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각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장찬(재판장) 황윤정 김진성 주1) ‘압수물총목록’상의 플라이어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2) 수사기록에 첨부된 판결전조사서에 의하면, 피고인 2는 IQ가 50인 정신박약자로 보호자인 부친의 전화번호도 알지 못할 정도이고, 피고인 3 역시 IQ가 74인 저지능 정신박약자로 범행내용에 대하여 횡설수설하여 범행의 동기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한편 피고인 1에게 정신지체장애가 있다는 점에 대한 명확한 자료가 제출된 바는 없으나, 위 피고인의 학력, 법정진술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통상인에 비하여 지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여진다.
주3) 피고인들은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였다.
주4) 피고인 2는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면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상고하였다.
주5) 피고인 1은 상고를 포기함으로써 1999. 7. 22.에, 피고인 3은 상고기간이 도과됨으로써 1999. 7. 30.에 위 피고인들에 대한 재심대상판결이 각각 확정되었다.
주6) 검사는 이 사건 재심심판절차에서 증거신청을 통하여 제1심 판결문(재심대상판결), 제2심 판결문, 제3심 판결문, 공소장, 내사사건결정문, 재심기각결정문(1차), 재심인용결정문(2차) 등 7개의 증거만을 제출한 이외에 종래 재심대상판결의 공판절차에서 제출하였던 증거들에 대하여는 별도로 증거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아래에서는 이번에 새롭게 제출한 위 7개의 증거들 이외에 종래 재심대상판결의 공판절차에서 제출하였던 증거들까지 포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의 유, 무죄 여부를 판단하고자 한다.
주7)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1은 처음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을 때는 강취당한 현금이 45만 원 정도라고 하였다가, 공소외 5 등 3인에 대한 내사사건에서는 나중에 옷 정리를 하다가 피해자 공소외 1의 바지 속에서 30여만 원을 발견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금액은 10여만 원이 맞다고 진술을 변경하였다.
주8) 공소외 5 등 3인의 진술에 의하면, 공소외 5 등이 피해자 공소외 3에게 인공호흡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공소외 3의 입 주위가 다소 붓게 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