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확정[각공2006.3.10.(31),722]
【판시사항】
항생제 평가등급에서 상위 또는 하위에 속한 요양기관의 수, 명단 등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에서 정한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보건복지부가 보유·관리하는 ‘지역별, 요양기관 종별, 의원급 표시과목별 급성상기도감염의 항생제 평가등급에서 1등급(상위 4%)과 9등급(하위 4%)에 속한 요양기관의 수, 명단 및 각 요양기관이 사용한 항생제 사용지표’에 관한 정보는, 위 정보를 보유·관리하는 근거규정인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21조 제1항도 그 정보를 공개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의료인이 보유하고 있는 기능이나 기술 혹은 진단 및 치료방법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요양기관의 경영·영업상의 비밀에 해당하지 않으며, 의료인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가능한 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자기결정권 혹은 치료행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보호하기 위하여 의료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고 이를 통하여 의료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 때에 공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에서 정한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6호, 제7호【전 문】 【원 고】 참여연대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순성)
【피 고】 보건복지부장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박인동)
【변론종결】 2005.12.15.
【주 문】
1. 피고가 2005. 4. 9. 원고에 대하여 한 별지 2 목록 기재 정보에 대한 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05. 3. 29. 피고에 대하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라 한다) 제10조 제1항에 의하여 별지 1 목록 기재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였다.
나. 피고는 2005. 4. 9. 별지 1 목록 기재 정보 가운데 주1) 요양기관별, 의원급 표시과목별, 지역별 항생제 사용지표 및 주2) 급성상기도감염(upper respiratory infection, URI)에 관한 항생제 사용지표에 관한 정보(별지 1 목록 순번 1, 7항 기재 정보와 4항 기재 일부 정보)는 공개하되 나머지 정보는 공개하지 않기로 하는 부분공개결정을 하고 이를 원고에게 통지하였다.
다. 원고는 2005. 4. 18. 피고의 부분공개결정에 대하여 정보공개법 제18조 제1항에 의하여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05. 5. 3. 이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 고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의 무분별한 항생제 처방 등 항생제의 오·남용으로 말미암아 국민들의 항생제 내성률이 다른 나라들에 비하여 매우 높은 실정이므로 그 실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피고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한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원고가 이 사건 소로써 공개를 구하는 ‘지역별, 요양기관 종별, 의원급 표시과목별 급성상기도감염의 항생제 평가등급에서 1등급(상위 4%)과 9등급(하위 4%)에 속한 요양기관의 수, 명단 및 각 요양기관이 사용한 항생제 사용지표’에 관한 정보(이하 ‘이 사건 정보’라 한다)는 국민의 알권리와 진료선택권, 건강권 등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
나. 피 고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될 경우 당해 요양기관들에 대하여 의료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정보를 갖지 못한 일반 환자들은 자칫 이를 항생제 남용기관 또는 적정사용기관으로 오해를 하거나 의료인들을 불신하게 될 위험이 크다. 더욱이 이 사건 정보는 정보공개법이 비공개대상정보로 규정하고 있는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 또는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개대상이 아니다.
3.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4. 판 단
가. 인정 사실
(1) 피고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01년부터 국민건강보험법 제56조 제2항, 법 시행규칙 제21조에 의한 요양급여의 적정성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2002년 이후에는 약제사용의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항생제, 주사제, 약제비 등 3가지 항목에 대한 약제급여적정성평가를 실시하여 요양기관별, 진료과목별 및 상병별 지표를 산출하고 그 지표에 따라 해당 요양기관을 스테나인(Stanine) 기법에 의하여 1등급(4%) 내지 9등급(4%)으로 등급평가를 하고 있다.
(2) 피고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 사건 소송 계속중인 2005. 10. 20. ‘2005년도 1분기 급성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평가 결과’를 주3) 발표하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급성상기도감염은 대부분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일부 세균감염이 강력히 의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생제가 그 치료효과가 없어 항생제 오·남용을 줄여야 하는 대표적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2. 우리나라 의원의 급성상기도감염에 대한 2005년 1분기 항생제 처방률은 59.2%로 매우 높게 나타났고, 의료기관간 편차도 큰 것으로 분석되었다(표준편차 31.09). 요양기관종별로는 급성상기도감염 환자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의원에서 항생제 처방률이 가장 높으며, 의료기관간 편차도 항생제 처방률이 0.3%에 불과한 의원에서부터 99.3%에 이르는 의원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의 표시과목별로는 이비인후과(73%)와 소아과(64.3%)가 처방률이 가장 주4) 높다.
3. 우리나라의 경우 폐렴 사슬알균(Streptococcus Pneumoniae)의 페니실린에 대한 내성율은 71.5%인데, 이는 네덜란드 0%, 영국 5.5%, 미국 32.6%와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수치이다.
(3)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성호흡기감염증위원회는 2003년 4월경 ‘외래에서 진료한 급성호흡기감염증 심사원칙(안)’을 작성·발표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급성상기도감염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항생제 처방을 인정하지 아니하되, 다만 GABHS가 강력히 의심되는 상황, 예를 들어 고열, 인후삼출물, 경부림프절염 등의 세균감염 징후가 있을 때에 필요하고, 주사제는 경구 투여가 불가능하거나 응급증상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하는 것으로 되어 주5) 있다.
(4) 대한의사협회가 이 법원에 제출한 정보공개 반대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항생제 사용에 대한 결정은 의사가 질병과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전문적인 의학적 소신과 지식을 바탕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항생제 처방비율의 ‘높고 낮음’이 해당 요양기관의 신뢰성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2.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될 경우 ‘항생제 처방률이 높은 의료기관은 곧 부도덕한 의료기관’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주어 요양기관에 대한 불신을 야기할 위험이 크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5, 6, 11호증의 각 기재
나. 이 법원의 견해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목적으로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특별히 법에서 비공개대상정보로 규정하고 있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피고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 사건 정보를 보유·관리하는 근거로 삼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21조 제1항도 그 정보를 공개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이 사건 정보에는 요양기관 개설자인 의사의 이름 등 개인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거나 또는 요양기관의 경영·영업상의 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그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첫째로, 이 사건 정보는 요양기관의 개설자인 의료인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사건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요양기관의 명칭은 의료인이 소비자들에게 대하여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을 표시하는 것이므로 이를 공개한다 하더라도 의료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둘째로, 이 사건 정보는 의료인이 보유하고 있는 자신의 기능이나 기술 혹은 진단 및 치료방법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이를 요양기관의 경영·영업상의 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가 이 사건 정보의 공개에 반대하는 이유도 항생제 지표에 관한 정보가 공개될 경우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이로 인하여 의료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침해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지 영업상의 비밀이 누출될 것을 염려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정보를 비공개로 하는 데에 가사 요양기관이 법률상 보호받을 이익이 있다 하더라도 그 공개 여부는 국민의 알권리와 진료선택권이라는 공익과 비교·형량하여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의료인은 전문적 의학지식과 기술을 토대로 환자와 질병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적절한 진료방법을 선택할 재량을 가지며, 이러한 의료인의 전문성과 자율성은 가능한 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의료행위는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환자의 자기결정권 혹은 치료행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보호하기 위하여 의료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의료소비자들에게 사실에 기초한 정확한 의료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하여 의료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 때에 공익을 증진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신뢰도 더욱 깊어지리라고 본다.
5. 결 론
그렇다면 피고가 이 사건 정보의 공개를 거부한 것은 위법하므로 이를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권순일(재판장) 전종민 윤경아 주1) 요양기관이라 함은 의료법에 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 약사법에 의하여 등록된 약국, 지역보건법에 의한 보건소·보건의료원 및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등을 말한다(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 제1항).
주2) 급성비인두염(감기), 급성편도염, 급성인두염, 급성굴염, 급성후두염 등을 포함하는 상기도의 감염질환(J00-J06)으로 일명 ‘감기’로 통칭함.
주3) 피고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그 날 항생제 처방률이 낮은 의원 2,603곳의 명단을 공개하였다.
주4) 급성상기도감염에 대한 외국의 항생제 처방률을 살펴보면 미국은 43%(1998-1999년), 네덜란드 16%(2000년), 말레이시아 26%(2002년) 등이다.
주5) 미국의 FDA는 감기와 독감에 대해서는 이미 항생제 사용을 금하고 있고, 1998년 이후에는 급성기관지염에서 항생제 사용을 적응증에서 제외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의사가 급성호흡기감염에 항생제를 사용할 경우 일정한 양식에 항생제를 사용하여야 할 이유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