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법위반] 확정[각공2007.8.10.(48),1780]
【판시사항】
피고인에 대한 유죄판결 확정 이후에 선고된 공동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에서,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그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의 불법 구금, 고문 등의 영향 아래 이루어져 임의성이 없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 재심개시사유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결정요지】
피고인에 대한 유죄판결 확정 이후에 선고된 공동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에서,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그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의 불법 구금, 고문 등의 영향 아래 이루어져 임의성이 없다는 점이 밝혀진 경우, 이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이 발견된 때’, 또는 같은 조 제7호와 제422조의 ‘원판결 등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된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재심개시를 결정한 사례.
【참조조문】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제7호, 제422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재심청구인】 재심청구인
【변 호 인】 법무법인 태양 담당변호사 백오기
【주 문】
대구지방법원이 1970. 6. 9. 선고한 70고247 반공법 위반 등 사건의 피고인(이균호, 1932. 5. 20.생, 위 사건 판결문의 피고인의 생년 ‘1931.’은 ‘1932.’의 오기로 보인다)에 관한 판결 중 유죄를 선고한 부분에 대한 재심을 개시한다.
【이 유】
1. 재심대상판결의 확정 등
가. 재심청구인의 지위
재심청구인은 2007. 4. 4. 사망한 피고인( 주민번호 생략)의 장녀이다.
나. 재심대상판결의 확정
(1) 대구지방법원은 70고247 반공법 위반 등 사건에서 피고인 청구외 1, 청구외 2, 피고인 등 16인에 대한 판결을 1970. 6. 9. 선고하였다(이하 ‘제1심’ 또는 ‘제1심판결’이라 한다). 그 중 피고인 청구외 1, 청구외 2,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 청구외 1에 대하여, “피고인 청구외 1이 1969. 7. 하순 일자불상 15:00경 선미식당에서 공동피고인 청구외 2로부터 ‘월남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정신무장이 잘 되어 있고, 전술이 우수한 월맹군이나 베트콩을 당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군이 철수하면 월맹군의 승리는 확실하다’라는 말을 듣고 이에 동의하여, 국외 공산계열인 월맹 및 베트콩을 이롭게 하였고, 공동피고인 청구외 2, 피고인으로부터 공산주의 서적을 매수하였다.”는 등의 반공법 위반의 공소사실과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하였고, 피고인 청구외 1에 대한 나머지 반공법 위반, 국가보안법 위반, 간첩 등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였다.
(나) 피고인 청구외 2에 대하여, “피고인 청구외 2가 1969. 7. 하순 일자불상 15:00경 선미식당에서 공동피고인 청구외 1, 피고인에게 위 (가)항과 같이 말하여 국외 공산계열인 월맹 및 베트콩을 이롭게 하였고, 공동피고인 청구외 1에게 공산주의 서적을 판매하였다.”는 등의 반공법 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하였고, 피고인 청구외 2에 대한 나머지 반공법 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피고인에 대하여, “ 피고인이 1969. 7. 하순 일자불상 15:00경 선미식당에서 공동피고인 청구외 2의 위 (가)항과 같은 말에 동조하여 국외 공산계열인 월맹 및 베트콩을 이롭게 하였고, 반국가 단체를 이롭게 할 목적으로 1967. 10. 일자불상경부터 1969. 10. 일자불상경까지 피고인이 경영하는 (상호 생략)서점에서 공동피고인 청구외 1에게 ‘맑스엥겔스전집’, ‘자본론’, ‘조선인민에게 드림’, ‘당조직 활동의 에이·비·씨’, ‘우리 인민의 오늘과 내일’ 등의 공산주의 서적을 판매하였다.”는 반공법 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1년 6월과 자격정지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였고, 피고인에 대한 나머지 반공법 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였다.
(라) 위 판결에서는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의 증거로, 피고인 청구외 1, 청구외 2, 피고인의 각 일부 법정진술, 검사가 작성한 피고인 청구외 1, 청구외 2,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중 각 범죄사실에 부합하고 서로 조응하는 각 진술기재, 압수된 ‘맑스엥겔스전집’, ‘자본론’, ‘조선인민에게 드림’, ‘당조직 활동의 에이·비·씨’, ‘우리인민의 오늘과 내일’의 각 현존을 각 설시하였다.
(2) 위 제1심판결에 대하여 검사(피고인 전원에 대하여)와 청구외 1, 청구외 2, 피고인 등 9인의 피고인이 각 항소하여 대구고등법원 70노407 반공법 위반 등 사건으로 항소심이 진행되었고, 대구고등법원은 1970. 10. 6. 검사와 피고인 청구외 1, 청구외 2, 피고인 등 9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이하 ‘제2심’ 또는 ‘제2심판결’이라 한다).
(3) 위 제2심판결에 대하여 검사(피고인 청구외 1, 청구외 2, 피고인 등 14인에 대하여)와 피고인 청구외 1, 청구외 2, 청구외 3 등 7인( 피고인은 상고하지 않았다)이 각 상고하여 대법원 70도2449 반공법 위반 등 사건으로 상고심이 진행되었는데, 대법원은 1971. 2. 8. “제1심판결은, 검사가 작성한 피고인들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가 피고인들이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되어 있는 등 불안한 심리상태에서 작성되었다는 점을 근거로 그 일부 내용을 믿기 어렵다고 보아 일부 무죄를 선고한 반면, 같은 피의자신문조서 중 판시 범죄사실에 부합하고 서로 조응하는 각 진술기재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설시하여, 믿을 수 없다는 진술과 같이 기재된 진술 부분의 일부를 유죄의 증거로 하였는바, 위 검사 작성의 피고인들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제2심 및 제1심법원이 유죄의 증거로 들고 있는 진술부분에 관하여 위 각 법원이 취신하지 아니한다고 설시한 진술 부분과 대비하여 특히 위와 같은 취신하지 아니한다는 사정이 배제되어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진술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사정을 심리한 흔적을 찾을 수 없고, 또 그와 같은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지도 아니한다는 이유로, 제1심의 채증은 논리칙과 경험칙에 위배하여 위법하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항소이유를 배척한 제2심의 판결 역시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위법하다.”는 이유로, 피고인 청구외 1, 청구외 2 등 6인의 항소를 기각한 대구고등법원 70노407 반공법 위반 등 판결 부분을 파기하고 위 부분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와 나머지 피고인 청구외 3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이하 ‘제3심’ 또는 ‘제3심판결’이라 한다), 같은 날 제1심판결 중 피고인에 관한 부분(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은 확정되었다.
다. 피고인에 대한 재심대상판결 확정 후의 사정
(1) 제3심판결 후 사건을 환송받은 대구고등법원은 1971. 4. 29. 71노135 반공법 위반 등 사건에서, “제1심판결이 피고인 청구외 1, 청구외 2 등 6인에 대한 공소사실(피고인 청구외 1의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부분 제외)을 유죄로 인정함에 있어 채용한 증거는 ① 제1심법정에서의 피고인들의 진술, ② 검사 작성의 피고인들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 ③ 압수된 서적 등의 현존밖에 없는바, 각 그 증거 내용을 검토해 보면, ① 제1심법정에서의 피고인들의 진술은 공소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을 뿐,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아무런 진술도 찾아볼 수 없어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고, ② 검사 작성의 피고인들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들이 대체로 공소사실을 자백하고 있으나, 이는 피고인들이 구속영장에 의하여 구속되기 이전부터 경찰에 의하여 부당한 구속을 당하고 폭행, 협박 등의 고문을 받아 자백을 강요당하여 경찰신문에서 공소사실을 대체로 자백하고 또 그에 부합되는 자술서, 진술서 등을 제출한 후 1969. 12. 27.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었으나, 피고인들의 신병을 교도소에 수용하지 않고 각 경찰서 유치장에 그대로 분산 수용한 채 피고인들이 검찰신문을 받게 되고 또 피고인들을 조사한 경찰관이 검찰신문시에 수행한 관계로 피고인들은 경찰신문 때의 진술과 상위되는 진술을 하면 또 고문을 받을 것이라는 위협을 느껴 부득이 공소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 피의자신문조서는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또 그 자백이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으며, ③ 압수된 서적에 대하여 피고인들이 제1심과 제2심의 법정에서 이를 취득, 보관한 사실 등을 시인하고 있고, 압수된 서적 중에는 일부 반국가단체나 공산계열의 활동을 찬양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듯한 내용의 것도 있으나, 반공법 제4조 제2항 소정의 죄는 반국가 단체나 국외 공산계열의 활동을 찬양, 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와 국외 공산계열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문서, 기타의 표현물을 취득 또는 보관하여야 성립하는 것인데, 그와 같은 목적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④ 그 외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자술서 등의 기재는 모두 임의성을 인정할 수 없어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제1심판결 중 피고인 청구외 1, 청구외 2 등 6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여, 피고인 청구외 1에 대하여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죄를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1년을 선고하고, 피고인 청구외 1에 대한 반공법 위반의 점과 나머지 피고인 청구외 2 등 5인에 대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이하 ‘환송 후 제2심’ 또는 ‘환송 후 제2심판결’이라 한다).
(2) 이에 대하여 피고인 청구외 1과 검사가 상고하였으나, 1973. 6. 12. 대법원 71도1337 반공법 위반 등 사건에서 이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이하 ‘환송 후 제3심’ 또는 ‘환송 후 제3심판결’이라 한다).
2. 재심청구인의 주장 요지
재심대상판결이 피고인의 반공법 위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직접 증거로는 검사 작성의 피고인 청구외 1, 청구외 2,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밖에 없는바, 제3심판결과 환송 후 제3심판결에 의하면, 위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진술은 사법경찰관 등의 불법 구금, 고문 등에 의하여 이루어져 임의성이 없다고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사유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또는 제7호의 재심사유에 해당한다.
3. 판 단
제1항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재심대상판결은, “ 피고인이 1969. 7. 하순 일자불상 15:00경 피고인 청구외 1이 있는 자리에서, 피고인 청구외 2로부터 국외 공산계열을 이롭게 하는 말을 듣고 이에 동조하였고,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목적으로 피고인 청구외 1에게 공산주의 서적을 판매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① 제1심법정에서의 피고인 청구외 1, 청구외 2, 피고인의 각 일부 진술, ② 검사 작성의 피고인 청구외 1, 청구외 2,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진술기재, ③ 압수된 서적 등의 현존을 증거로 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위 증거 중 검사 작성의 피고인 청구외 1, 청구외 2,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각 진술은 각 그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의 불법 구금, 고문 등의 영향 아래 이루어져 임의성이 없다는 점이 환송 후 제2심판결과 제3심판결에 의하여 명백해졌으므로, 이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이 발견된 때’, 또는 같은 조 제7호와 제422조의 ‘원판결 등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된 때’에 해당한다.
또한, 재심청구인은 사망한 재심대상판결의 피고인의 직계친족으로서 형사소송법 제424조 제4호에 의하여 재심대상판결 중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재심청구권이 있다.
4. 결 론
그렇다면 재심대상판결 중 피고인에 관하여 유죄를 선고한 부분에 대한 청구인의 이 사건 재심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재심을 개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윤종구(재판장) 정재민 이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