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 2021. 10. 22. 선고 2021고합178 판결

[촉탁살인·촉탁살인미수] 【전 문】【피 고 인】 최○○ 【검 사】 조정연(기소), 허창환(공판) 【변 호 인】 변호사 박소영(국선) 【주 문】 피고인을 징역 2년 6개월에 처한다. 압수된 홑이불 1점(증 제7호)을 몰수한다. 【이 유】【범죄사실】 피고인은 약 20년 전 공장에서 함께 일하며 알게 된 피해자 문○○(여, 40세)과 2011. 7. 29. 무렵부터 광주 광산구 ○○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 아파트에서 함께 거주하였다. 피해자는 2014. 5. 22. 전남대학교병원에서 난소암 진단을 받은 뒤 아래 각 범행 일시무렵에 이르기까지 상세불명의 염증, 갑상선항진증 등의 증상으로 고통을 겪어 왔다. 1. 촉탁살인미수 피고인은 2020. 12. 무렵 피해자로부터 “몸이 아파 살 수가 없으니, 제발 좀 죽여달라.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든 상태에서 목이 졸려 죽으면 편하게 죽을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부탁을 받고, 2020. 12. 28. 무렵 피해자가 운전하는 라세티 승용차를 타고 함께 이동하여, 광주 광산구에 있는 ○○연합의원에서 수면제인 졸피드정 10알을 처방받아 같은 건물에 있는 ○○당약국에서 수면제 10알을 받았다. 피고인은 2021. 1. 1. 무렵 피해자와 함께 사는 위 주거지에서 피해자로부터 “내가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면 목을 졸라 죽여달라.”라는 부탁을 받고 이에 응하여, 피해자가 위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자 피해자 위에 올라가 피해자의 목을 졸랐으나 피해자가 깨어나 그만두라고 말하자 목을 조르는 행위를 멈췄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촉탁을 받아 피해자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2. 촉탁살인 피고인은 2021. 3. 19. 12:00 무렵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악화된 피해자로부터 “아파서 고통스럽다. 내가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면 뒤에서 두 손으로 이불을 힘껏 잡아당겨 나를 죽여달라.”라는 부탁을 받고 이에 응하여 같은 날 12:30 무렵 피해자와 함께 사는 위 주거지에서 앞서 처방받아 가지고 있던 수면제를 피해자가 먹고 잠이 들자 그녀의 뒤에서 피해자의 목을 홑이불(증 제7호)로 2~3분간 힘껏 졸라 피해자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 또는 혈류 차단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촉탁을 받아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이 부분 범행에 관하여 피고인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자백을 보강할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이 이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에 들어맞는 진료기록과 처방전, 먹다 남은 수면제, CCTV 영상 갈무리 등의 객관적인 증거들은 피고인의 자백이 가공적인 것이 아닌 진실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므로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가 되기에 충분하다. 피고인의 자백은 그 동기나 과정에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상황이 없어 신빙성이 있고, 위와 같이 보강증거도 있으므로 이 부분 범죄사실은 넉넉히 인정된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년 이상 15년 이하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음 3. 선고형의 결정(징역 2년 6개월) 이유 가. 범행의 개요 피고인은 오랜 기간 난소암과 그 합병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던 동거인인 피해자로부터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고, 한 차례 피해자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뒤에 마침내 그 부탁에 따라 피해자를 살해하기에 이르렀다. 나. 불리한 정상 피고인에게는 다음과 같이 양형에 불리한 사정들이 있다. 1)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고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다. 피고인의 범행은 비록 피해자의 부탁을 받고 저지른 것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앗은 것으로서, 그에 따른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한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 2) 피고인은, 피해자가 2014년 무렵에 난소암 진단을 받은 이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아 병세가 굉장히 악화되어 제대로 일어나 걷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제 손으로 피해자의 목숨을 끊는 데까지 나아갔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가족이 아니고, 동거는 하였으되 사실상의 동성혼 관계에 이르는 정도의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기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돌봐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같이 생활해 온 동거인으로서 피해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촉탁살인보다는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3)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을 알고서도 한 달 가까이 시신을 집에 그대로 방치했다. 그 때문에 피해자는 사후에라도 존엄함을 유지한 채 장례를 치를 수가 없는 모습으로 발견되기에 이르렀다. 다. 유리한 정상 다만 피고인에 대한 구체적인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아래와 같은 유리한 사정들까지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1) 피해자는 난소암으로 진단받은 때로부터 7년가량을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고 스스로 병을 더 키운 측면이 있다. 그로 인해 피고인이 두 차례 각 범행을 할 무렵에는 몸 상태가 심하게 나빠져 피해자 스스로 큰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피고인은 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던 피해자의 간절한 부탁을 받고 아픔을 줄여주려는 동기에서 이 사건 각 범행에 이르렀다. 2) 피해자는 가족과 단절된 채 장기간 피고인에게만 의존하며 생활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서는 피해자를 잘 돌보기 위해 애썼던 것 같고, 피해자로부터 간절한 부탁을 받은 사정을 빼면 피해자를 그와 같이 살해할 다른 동기도 찾을 수 없다. 3) 피고인과 피해자는 피고인이 노래방 등에서 일을 하여 번 수입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인하여 일자리가 없어져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1년 이상 경제적으로도 매우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생전에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데에는 이러한 경제적 사정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4) 피해자는 생전에 작성한 유서에서 ‘언니(피고인)에게 힘든 부탁을 했다. 언니도 피해자이다.’라는 취지의 글을 적었다. 이로부터 추단되는 망자의 생전 의사는 피고인을 선처해달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러한 점은 피고인에 대한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할 요소이다. 5) 첫 번째 촉탁살인 범행은 피해자가 깨어나 ‘그만두라’고 하자, 곧바로 그 범행을 멈춰 미수에 그쳤다. 6) 피고인은 자수하였고, 이 사건 이전까지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이다. 라. 결론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노재호(재판장) 차기현 김지영

[출처] 대한민국 법원 : 종합법률정보 - 2021고합178 (3276326)

댓글 0개

로그인 하시면, 판례 댓글을 등록하실 수 있습니다.

네이버 검색 블로그 카페 뉴스 웹사이트

[ 소송경과 ]

[ 법관/대법관 태그]

노재호 차기현 김지영

[ 변호사 태그]

박소영

[ 사건명 태그]

촉탁살인 촉탁살인미수

[ 유사 판례 ]

[ 공유하기 ]

개인정보처리방침 사용자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