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재판부 2017헌마77, 2019. 2. 28., 인용

【전문】 사 건 2017헌마77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이○균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예율 담당변호사 김웅, 이상윤 피 청 구 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6. 12. 29.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6년 형제115624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6. 12. 29. 피청구인으로부터 사기 피의사실에 관하여 기소유예처분(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6년 형제115624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고,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장○정과 공모하여, 사실은 이미 과다한 채무로 인하여 피해자로부터 돈을 차용하더라도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의 전세계약서를 담보로 차용금을 편취하기로 하고, 2016. 2. 11.경 피해자 최○숙에게 ‘서울 강남구에 있는 5층짜리 상가 건물을 리모델링하려고 하는데 2억 원 정도가 부족하니 돈을 빌려 달라. 3개월 만기로 매월 이자는 2.5%를 지급하겠다. 위 건물의 임대차보증금이 4억 1,000만 원인데 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양도하겠다.’라고 기망하여 피해자로부터 2016. 2. 11. 1억 5,000만 원, 2016. 2. 14. 5,000만 원 합계 2억 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2017. 1. 31.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장○정과 공모한 사실이 없다. 청구인은 장○정이 피해자 최○숙(이하 ‘피해자’라 한다)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한 사실도 알지 못했고, 장○정이 임대차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하여 약속이행각서 등에 서명하여 주었을 뿐이며, 금액 부분은 장○정이 임의로 기재한 것이다. 그럼에도 청구인이 장○정과 공모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하여 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1) 청구인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의 상가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의 소유자이다. 청구인은 2015. 8. 20. 장○정과 사이에 이 사건 건물 지상 1층과 2층에 관하여 임대차보증금 1억 5,000만 원, 월 임차료 1,400만 원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수차례 계약 내용을 변경하다가 2015. 10. 17.경 최종적으로 이 사건 건물 지하 1층부터 5층까지에 관하여 임대차보증금 총 4억 1천 만 원, 월 차임 총 3,300만 원으로 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장○정은 그 당시까지 위 임대차보증금 중 1억 6,000만 원을 지급한 상태였다. (2) 장○정은 2016. 2. 11. 이 사건 건물의 리모델링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피해자로부터 2억 원을 이자 연 34.9%, 만기 2016. 5. 31.로 정하여 차용하기로 하였는데, 피해자는 그 담보로 건물주인 청구인이 차용금 변제를 약속해야 한다고 요구하였다. 이에 청구인과 장○정은 2016. 2. 11.경 피해자를 만났으며, 이 때 청구인은 ‘이 사건 건물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피해자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의 채권양도계약서(이하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서’라 한다)와 ‘청구인은 장○정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피해자에게 양도함을 허락하고, 금원대여에 대한 연대보증에 동의하며, 장○정이 변제하지 못하면 청구인이 보증금 잔액과 관계없이 원금과 이자를 변제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약속이행각서(이하 ‘이 사건 약속이행각서’라 한다)에 서명 날인 해주는 한편, ‘장○정이 이 사건 건물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장○정의 채권자인 피해자에게 양도하고, 청구인에게 이를 통지한다.’는 내용의 통지서(이하 ‘이 사건 통지서’라 한다)에 ‘위 채권 양도ㆍ양수를 승낙한다’는 취지를 기재하여 주었다. (3) 피해자는 청구인과 장○정이 원금 및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아니하자 2016. 8. 29. 청구인과 장○정을 고소하였고, 이에 청구인이 2016. 12. 21. 피해자에게 피해금을 모두 변제하자 피해자는 청구인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였다. 나. 이 사건의 쟁점 청구인은 장○정이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린다는 사정도 알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나, 청구인이 작성한 처분문서인 이 사건 약속이행각서의 기재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은 장○정이 피해자로부터 2억 원을 차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의 양도를 승낙하며 피해자에게 위 차용금 채무를 연대보증할 것을 약정하였고, 위 차용금 채무의 담보를 위한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서 및 통지서에도 서명날인한 바 있어 장○정이 피해자로부터 위 돈을 차용하였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피의사실은 청구인이 장○정과 공모하여 과다한 채무로 인하여 돈을 차용하더라도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되지 않음에도 임대차보증금에 관한 허위 서류를 담보로 돈을 차용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과연 청구인이 장○정과 공모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였는지, 나아가 청구인의 기망행위와 피해자의 착오 및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이다. 다. 청구인이 장○정과 공모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였는지 여부 (1) 변제 자력에 관하여 청구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였는지 여부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가 장○정에게 2억 원을 대여한 2016. 2. 11.경 청구인의 적극재산으로는 시가 약 70억 원 상당의 이 사건 건물, 신한은행 계좌에 보유하고 있던 2억 2,600만 원, 서울 충무로2가 소재 상가 건물 및 원주시 소재 토지 등이 있었던 반면, 소극재산으로 부동산을 담보로 한 25억 7천만 원 상당의 대출금 채무, 장○정으로부터 받은 1억 6천만 원 상당의 임대차보증금에 대한 반환 채무가 있었을 뿐인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장○정에게 2억 원을 대여할 당시 청구인에게 그 대여금채권을 변제할 자력이 충분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청구인이 장○정의 변제 자력에 관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따라서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자신 또는 장○정의 변제 자력에 관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였거나 장○정의 기망행위에 가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2) 허위 내용의 서류를 작성하여 줌으로써 장○정의 사기 범행에 적극 가담하였는지 여부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실제 지급받은 보증금이 1억 6천만 원에 불과함에도 임대차보증금이 4억 1천만 원으로 기재된 이 사건 약속이행각서와 통지서를 작성하는 등 허위 내용의 서류를 작성하여 줌으로써, 장○정의 사기 범행에 적극 가담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과 장○정은 2015. 10. 17.경 장○정이 이 사건 건물의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를 임대차보증금 총 4억 1천만 원에 임차하기로 하는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특약사항에 당시까지 미납한 보증금의 담보로 청구인이 장○정이 임차하고 있던 다른 상가에 관한 임대차계약서 원본을 보관하고, 만일 장○정이 2016. 3. 31.까지 보증금을 완납하지 않으면 위 상가 임대차계약서에 관한 권리를 포기한다는 조항을 둔 사실, 청구인은 이 사건 이후인 2016. 3. 15. 장○정과 사이에 임대차보증금을 1억 6천만 원만 지급받은 상태에서 당시까지 지급받지 못한 보증금 잔금 2억 5천만 원을 채무로 전환시키기로 합의하고 4억 1천만 원을 수령하였다는 취지의 영수증을 작성하여 준 사실, 한편 청구인은 2016. 2. 11.경 피해자를 만나 이 사건 건물의 임대차보증금이 4억 1천만 원이라고 말한 사실이 있고 이 사건 약속이 행각서에도 이 사건 건물의 임대차보증금이 4억 1천만 원임이 기재되어 있으나, 이 사건 약속이행각서의 주된 내용은 장○정이 임대차보증금을 담보로 2억 원을 차용하는 데 있어서 임대인인 청구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의 양도를 승낙하고 청구인이 위 차용금 채무를 연대보증하며 장○정이 변제하지 못하면 청구인이 보증금 잔액과 관계없이 원금과 이자를 변제할 것을 약속한다는 것인 사실, 같은 날 청구인이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서 및 통지서에 임대인으로 서명날인을 할 당시에는 위 서류의 채권양도 금액 부분은 모두 공란으로 되어 있었던 사실, 그런데 장○정은 2016. 6. 28.경 피해자의 요구로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서 및 통지서에 공증을 하면서 청구인이 없는 자리에서 위 공란으로 되어 있는 채권양도 금액 부분에 각 ‘사억 일천만’ 원이라고 기재한 사실, 장○정 또한 당시 청구인은 자신이 피해자로부터 2억 원을 빌리며 임대차보증금 중 2억 원을 피해자에게 양도한다고 알고 있었다고 진술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과 장○정 사이에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임대차보증금을 4억 1천만 원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것은 사실이고, 청구인은 피해자에게 이 사건 약속이행각서를 작성하여 줄 당시 장○정이 피해자에게 담보로 양도하기로 한 금액을 알지 못한 상태였으며, 비록 임대차보증금을 전액 수령한 상태는 아니었으나 장○정으로부터 나머지 보증금도 조만간 지급받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담보를 통하여 이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장○정이 피해자로부터 차용할 2억 원을 연대보증할 의도로 이 사건 약속이행각서, 채권양도계약서 및 통지서에 서명 날인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건물의 임대차보증금이 총 4억 1천만 원임을 확인해 주고 이 사건 건물의 임대차보증금이 4억 1천만 원으로 기재된 이 사건 약속이행각서와 채권양도 금액이 각 공란으로 된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서 및 통지서에 임대인으로서 서명날인 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장○정이 위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하면 보증금 잔액과 관계없이 그 원금과 이자를 전액 변제하겠다고 약정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이 장○정으로부터 지급받은 임대차보증금 액수에 관하여 그것이 허위라는 인식을 가지고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거나 허위 내용의 서류를 작성하여 줌으로써 장○정의 기망행위에 가담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라. 청구인의 기망행위와 피해자의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서, 기망,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0. 6. 27. 선고 2000도1155 판결;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6622 판결 등 참조). 먼저 청구인의 기망행위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변제 자력 또는 임대차보증금 액수에 관하여 기망행위를 하였다거나 장○정의 기망행위에 가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가 장○정에게 2억 원을 대여하면서 변제 자력이 충분한 건물주인 청구인의 변제 약속이 필요하다고 요구하여 장○정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건물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양도하고, 청구인은 이 사건 약속이행각서를 통하여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의 양도를 승낙하며 위 차용금 채무를 연대보증하고 장○정이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할 경우 보증금 잔액과 관계없이 원금과 이자를 변제할 것을 약정한 사실, 피해자는 청구인의 위와 같은 약정을 믿고 장○정에게 2억 원을 대여한 사실이 인정된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설령 장○정이 피해자로부터 2억 원을 차용할 당시 장○정이 청구인에게 임대차보증금 전액을 지급하지 못한 상태였음에도 피해자가 위 임대차보증금 전액이 지급되었다고 착오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그와 같은 착오와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마. 소결 이상을 종합하여 보면,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청구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변제 자력 또는 임대차보증금 액수에 관하여 기망행위를 하였다거나 장○정의 기망행위에 가담하였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착오와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도 인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이 사건 피의사실이 인정된다고 보고 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는 자의적인 처분이라 아니할 수 없고, 그 결과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출처] 법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헌재 결정례) - 2017헌마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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