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재판부 2016헌마744, 2018. 1. 25., 인용

【전문】 사 건 2016헌마744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정○식 대리인 법무법인 청률 담당변호사 이동준, 최병일 피 청 구 인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6. 7. 29. 부산지방검찰청 2016년 형제13144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부산에서 소아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던 의사다. 의료인은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개설한 의료기관 내에서만 의료업을 할 수 있는데, 청구인은 2012. 5. 2.경부터 2014. 6. 20.경까지 253회에 걸쳐 청구인이 운영하는 병원이 아닌 산부인과 병원을 방문하여 신생아 등을 진료하여 의료법을 위반하였다는 혐의로 2016. 7. 29. 피청구인으로부터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청구인은 2016. 8. 31.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단 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산부인과 의사 이○준은 부산 북구 ○○로 ○○에 있는 건물에서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 건물은 이○준이 대표이사인 주식회사의 소유이다. 이 회사는 위 건물 중 일부를 소아과 의사인 최○홍 등에게 임대하였다.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계약 당사자들은, 위 산부인과와 임차인이 운영하는 소아과가 진료 상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데 서로 협조하고, 소아과는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의 신생아실에 규칙적으로 매일 회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 등을 합의하였다. (2) 청구인은 2012년 3월경부터 위 소아과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한편, 소아과병원 바로 위층에 있는 산부인과 신생아실에도 회진하는 등 진료행위를 해 왔다. (3)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위 산부인과에서 분만한 산모의 아기들에 대해 위 소아과가 분만시기와 같은 시기를 요양개시일자로 하여 요양급여를 청구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부산북구보건소에 청구인이 2012. 5. 2.부터 7월 26일까지와 2014. 4. 4.부터 6월 20일까지 사이에 307건의 ‘요양기관 외 진료 후 요양급여비용 부당청구’를 한 것으로 통보하였다. 이에 따라 부산북구보건소 담당공무원은 청구인을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하였다. (4)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307건 진료행위 중 신생아에게 응급상황이 있었다고 인정되는 54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253건의 진료행위가 의료법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부정한 이익을 취하거나 의도적으로 관계 법령의 제한을 회피하려고 시도한 사정이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5) 위 소아과는 2016년 3월경 폐업하였고, 같은 건물에 있던 산부인과병원 운영자가 청구인 등 소아과 전문의를 고용하여 위 소아과가 있던 자리에 소아청소년과를 설치하고 직접 운영하게 되었다. 나.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 따르면, 의료인은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경우 등 법률이 정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 한편, 의료법 제39조 제2항은 “의료기관의 장은 그 의료기관의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필요하면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아니한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의료법 제33조 제1항과 제39조 제2항의 관계에 대하여 ‘의료인은 당해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규정하는 한편, 환자에 대한 최적의 진료를 하도록 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아니한 전문성이 뛰어난 의료인을 초빙하여 진료하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면서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아니한 의료인이 사실상 그 의료기관에서 의료업을 하는 정도에 이르거나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아니한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할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 판단 없이 반복하여 특정 시기에 내원하는 환자를 일률적으로 진료하도록 하는 행위는 의료법 제39조 제2항에 의하여 허용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두11221 판결). 다. 피청구인은, 산부인과 병원 운영자가 그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아니한 청구인에게 진료하도록 할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 판단 없이 반복하여 일정한 시기에 일률적으로 신생아를 진료하도록 하였으므로, 청구인의 신생아 진료행위는 의료법 제39조 제2항에 따라 허용되는 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의료법 제33조 제1항 위반행위라고 주장한다. 라. 그러나 청구인이 일하던 소아과 운영자들이 위 병원 건물을 임차할 때 그 건물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던 운영자들과 서로 진료상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산부인과 신생아실에 매일 회진하기로 합의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또 신생아의 특성상 출생 당시 특별한 이상 증세가 없더라도 소아과 전문의의 관찰 등 진료가 필요한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산모나 보호자의 입장에서도 신생아가 외관상 건강하게 보이더라도 소아과 전문의의 관찰이나 진료를 받고 싶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청구인이 임대차계약 당시의 합의 이행을 위하여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신생아실을 방문하여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청구인이 산부인과 전문의나 산모 또는 보호자의 요청 없이 산부인과를 방문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산부인과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는데도 소아과에서 일방적으로 신생아실을 정기적으로 방문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상정하기 어렵다. 산부인과에서 신생아가 몇 명이나 출생하였고 상태가 어떤지 등 일반적 상황에 대해서는 최소한 소아과에 정기적으로 알려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 산모나 보호자가 신생아 진료를 요청한 경우도 있었을 것이고, 산부인과 전문의가 신생아에 대한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이 사건 기록을 보더라도,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의료법 위반행위로 인정한 253건의 진료행위 중 13건은 응급제왕절개술 뒤 신생아를 관찰하거나 저체중아 관찰을 위하여 산부인과 의료진이 소아과 전문의의 개별 방문을 요청한 사안이었음이 인정된다. 마. 청구인은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 보호를 위해 청구인을 포함한 소아과 전문의들이 산부인과 요청에 따라 신생아실을 찾아가 회진을 하였을 뿐 의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에서 본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의료법 제33조 제1항과 제39조 제2항 등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을 그대로 따르더라도, 이 사건의 경우 산부인과에서 소아과 전문의의 회진을 요청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개별 사안에 따라서는 산모나 보호자의 요청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이와 같은 개별적 사정에 대해 수사하여 밝히지 않고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자료를 기초로 소아과 전문의들이 정기적으로 산부인과를 방문하여 신생아를 진료한 사실만 확인한 뒤 청구인이 의료법을 위반하였다고 단정한 것은 성급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내지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는 자의적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된다. 3. 결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출처] 법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헌재 결정례) - 2016헌마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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