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재판부 2018헌마839, 2019. 11. 28., 인용

【전문】 사 건 2018헌마839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편○○ 대리인 법무법인 공간담당변호사 신희복 피 청 구 인 제6군단 보통검찰부 군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8. 7. 10. 제6군단 보통검찰부 2018년 형제50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8. 7. 10. 피청구인으로부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는데(제6군단 보통검찰부 2018년 형제50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병원 병원장으로서 위 병원 의료행위를 전반적으로 지휘ㆍ감독할 권한이 있는 자임에도 2018. 2. 14. 병원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위 병원 소속 군의관 대위 허○○에게 개인적인 용도로 필요한 처방전을 작성할 것을 요구하였고, 그에 따라 허○○로 하여금 청구인을 직접 대면진찰하지 아니한 채 같은 병원 소속 군의관 대위 고○○을 통하여 처방전을 작성, 발급하도록 함으로써 병원장의 직권을 남용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2018. 8. 16.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당시 외부에 있던 허○○가 돌아오면 진료를 받을 생각이었고, 청구인 또한 의사로서 스스로 처방전을 작성할 권한이 있음에도 허○○에게 처방전을 작성해 달라고 한 것은 비뇨기과 의사인 허○○로부터 진찰을 받고자 하였던 것인데 허○○는 독자적인 판단으로 청구인을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 교부하였으므로, 청구인은 허○○로 하여금 대면진찰 없이 처방전을 발급, 교부하게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병원장의 직권을 남용한 바 없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1998. 4. 18. 흉부외과 군의관으로 임관한 후 2016. 1. 8.부터 ○○병원 병원장으로 근무하였고, 허○○는 2016. 4. 26. 비뇨기과 군의관으로 임관한 후 2017. 4. 26.부터 위 병원에서 복무하였다. (2) 청구인은 2018. 2. 14. 오후 허○○에게 전화하여 발기부전 치료제인 구구정이 혹시 있는지 물었고, 허○○는 구구정은 없고 비아그라나 시알리스만 있다고 대답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시알리스로 처방하여 줄 것을 부탁하면서 얼마나 처방해 줄 수 있는지 물었고, 허○○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하자 청구인은 30알을 처방하여 달라고 하면서 오후 5시까지 발급받으면 된다고 하였다. 청구인은 허○○와 통화하면서 친척들에게 나누어주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예정이라는 정도만 설명하였으며, 이때 청구인의 증상이나 건강상태에 관한 문답은 없었다. (3) 2018. 2. 14.은 수요일로 수요일 오후는 전투체육 시간으로 정해져 있어 병원 외래진료는 휴진이었고, 당시 허○○는 영외 체육활동을 이유로 병원 밖에 있었기 때문에, 15:20경 병원 내에 있던 피부과 군의관 고○○에게 전화하여 처방전에 기재할 사항을 대신 입력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자신의 아이디, 비밀번호 및 청구인에 대한 처방 내용을 알려 주었으며, 고○○은 같은 날 15:21경 허○○의 아이디로 NDEMIS 프로그램(군병원에서 사용하는 진료시스템)에 접속하여 자신이 들은 내용을 입력함으로써 청구인에 대하여 ‘[원외] 시알리스 20mg 1 기타 x 1회 30일’이라는 내용의 처방전을 작성하여 발급하였다. (4) 그 후 허○○는 청구인에게 문자 메시지로 처방전을 발급하였다는 사실을 알렸고, 청구인은 소속 행정병을 통하여 처방전을 교부받았다. 나. 판단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있어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그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것을 불법하게 행사하는 것, 즉 형식적, 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그 실질은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1991. 12. 27. 선고 90도2800 판결 참조). 상관은 직무에 관하여 부하를 지휘ㆍ감독하여야 한다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36조 제2항과 병원장의 임무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국군의무사령부규정 002 사무분장 규정’(2018. 6. 26. 개정된 것) 제47조, 제48조, 제50조 등 각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군병원장인 청구인은 병원 내 각 부서의 업무를 조정 및 통제하고 군병원의 임무와 제반업무의 수행상태를 지휘ㆍ감독할 권한이 있고, 이에 따라 외래 및 입원환자에 대한 진료를 담당하는 진료부의 업무를 지휘ㆍ감독할 권한이 있다. 그런데 청구인이 군병원장의 지위에 있다 하더라도 소속 군의관의 개별 처방전 작성ㆍ발급에 관여할 수 있는 일반적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기록상 청구인은 환자의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필요한 처방전의 발급을 부탁한 것으로 보일 뿐 상관으로서 허○○에게 처방전 발급을 지시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 나아가 청구인이 명시적으로 허○○에게 대면진찰 없이 처방전을 발급할 것을 지시 내지 요구하고 이를 거절하면 소속 군의관에 대한 지휘ㆍ감독 권한을 행사하여 불이익을 주겠다고 암시하는 언동을 하였다거나, 허○○가 청구인에게 의료법상 처방전 발급을 위해서는 대면진찰이 필요하다고 하였음에도 청구인이 이를 거부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자료도 없다. 허○○는 수사기관에서 군병원장인 청구인의 부탁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진술하였으나, 당시 통화의 내용이나 통화가 이루어질 때의 상황 등에 비추어보면 이는 단순히 상급자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운 정도의 심리적 부담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일 병원 외래진료는 휴진이었으나 병원 업무는 이루어지고 있었고, 청구인이 허○○에게 오후 5시까지 처방전을 발급받으면 된다고 하였기 때문에 통화 당시 영외에서 운동 중이었던 허○○로서는 언제든지 병원으로 복귀하여 업무시간 안에 청구인을 대면진찰하고 처방전을 발급할 수 있었을 것인데, 허○○는 복귀하여 청구인을 대면진찰하는 대신 고○○에게 부탁하여 처방 내용을 입력하게 하는 방식으로 처방전을 작성ㆍ발급하도록 한 후 청구인으로 하여금 찾아가도록 한 점, 허○○는 당시 대면진찰 없이 처방전을 발급하는 것이 규칙에 위반된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였다고 진술한 점과 앞서 든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청구인의 행위가 형식적, 외형적으로 일반적인 권한에 속하는 직무집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청구인에게 군병원장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하여 허○○로 하여금 대면진찰 없이 처방전을 발급하도록 하겠다는 인식이나 의사가 있었다고도 볼 수 없다. 다. 소결론 결국 피청구인은 수사된 내용만으로는 청구인의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이 당시 허○○에게 인사상 불이익 등을 암시하는 언동을 하였는지 여부 등에 관한 추가 수사 없이 청구인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자의적인 처분에 해당하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출처] 법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헌재 결정례) - 2018헌마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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