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재판부 2018헌마140, 2019. 2. 28., 기각

【전문】 사 건 2018헌마140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위헌확인 등 청 구 인 백○학 외 8인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김형태, 김진영, 신동미, 정민영, 박수진 피 청 구 인 대법원 [주 문] 1.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2. 청구인들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들은 백○학과 그 가족들로서, 백○학은 1974년경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라 한다) 제1호, 제4호 위반죄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비상보통군법회의 74비보군형공 제44호, 비상고등군법회의 74비고군형항 제44호), 이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여 무죄판결을 선고받은 후(서울고등법원 2010재노70), 형사보상금을 지급받았다(서울고등법원 2013코7). 나. 청구인들은 2013년경 국가를 상대로 긴급조치 위반으로 수사를 받을 당시에 겪었던 여러 불법적 수사와 고문 등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1심에서 위자료 원금에 대한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1심 변론종결일로 본 일부 인용판결을 받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합507530). 항소심은 위자료 원금을 증액하였으나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2심 변론종결일로 보았다(서울고등법원 2016나2088347). 청구인들은 지연손해금 기산일 부분을 다투며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상고기각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7다270053). 다. 청구인들은 2018. 2. 6. 위 상고심 판결 및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이 위헌임을 주장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 및 대법원 2018. 1. 11. 선고 2017다270053 판결(이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청구 사유) 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不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소원의 보충성 요건으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구제될 방법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점, 국가권력의 기본권 기속성 측면에서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는 점,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가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헌법소원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점 등에 비추어,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긴급조치 위반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체포, 감금, 폭행, 가혹행위 등이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국가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면서도,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사실심 변론종결일로 보아 피해자들이 적정한 배상을 받지 못하게 하고, 불법행위 발생 후 오랜 기간 배상책임을 회피한 국가에 오히려 지체책임을 면제시켜 주는 것이므로 청구인들의 평등권, 국가배상청구권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판단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헌재 2016. 4. 28. 2016헌마33)을 선고함으로써, 그 위헌 부분을 제거하는 한편 그 나머지 부분이 합헌임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헌 부분이 제거된 나머지 부분으로 이미 그 내용이 축소된 것이고, 이에 관하여는 이를 합헌이라고 판단한 위 선례와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헌재 2018. 8. 30. 2015헌마861등(병합)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이나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 5.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한 판단 법원의 재판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 헌법재판소는 필요한 경우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사실심 변론종결일로 정하는 판단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으로 결정한 바가 없으므로,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을 사실심 변론종결일로 본 위 대법원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재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법원의 재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심판청구는 허용될 수 없어 부적법하다. 6.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고, 청구인들의 나머지 심판청구는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아래 8.과 같은 재판관 김기영의 별개의견, 아래 9.와 같은 재판관 이석태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7.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 중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관한 부분과 더불어,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 대해서까지도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는바, 다음과 같이 그 의견을 밝힌다. 가. 현행 법제도 상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이하 “재판소원”이라고 한다)은 인정되지 않지만,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재판소원이 허용된다(헌재 2016. 4. 28. 2016헌마33 참조).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법원의 재판이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한 재판’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헌재 2003. 4. 24. 2001헌마386의 반대의견 참조),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에 이르게 된 핵심적인 논증, 즉 헌법재판소의 위헌이라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이유의 논리를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도 여기에 포함되어야 한다(헌재 2018. 8. 30. 2015헌마861등의 반대의견 참조). 나. 그러나 국가와 헌법의 본질,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사명으로부터 아래와 같이 재판소원 금지에 관한 또 다른 예외가 도출되어야 한다고 본다. (1) 근대 입헌민주주의 체제는 존엄한 존재인 개인과 그 연대체인 사회의 사적ㆍ공적 자율성을 토대로 하고, 그 자율성의 기초가 되는 개인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핵심적인 가치로 상정한다. 국가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관하여는 여러 논의가 있으나, 이러한 근대 입헌민주주의 체제에서 국가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 그리고 이를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회의 안전과 공익 실현을 위한 확고한 헌신에 그 본질이 있다고 여겨진다. 이에 근대 헌법은 이 같은 국가의 목적과 과제를 위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국가권력의 형성과 운영 그리고 그 한계에 관하여 정하고 있다.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권력이 분립되지 않은 사회는 헌법을 가진 사회라고 할 수 없다는 이른바 프랑스 인권선언(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 제16조에는 이러한 근대적 관념이 잘 반영되어 있다. 국가권력은 이러한 목적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하여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므로,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애초에 권력을 위임받은 취지에 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것은 국가가 자신의 본질을 배반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른바 ‘본질 배반의 불법행위’는 국가가 정당한 목적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범하게 되는 과오와는 구분되어야 하며, 국가의 모든 권력기관들이 일체가 되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데에 기여하는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라 함은, 입법부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알면서도 혹은 그러한 침해임을 모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위헌성을 지녔음에도 이에 대한 비판을 제압하면서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입법을 행하고, 행정부와 사법부는 그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도 이를 그대로 집행하거나 적용하여 재판함으로써 국가권력이 자신의 본질을 거슬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말 그대로 국가권력에 의해 총체적으로 자행된 불법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어떤 통치체제가 권력기관들을 동원해 이러한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다는 것은 그 체제가 정상적인 입헌민주주의의 작동방식으로는 도저히 유지될 수 없었음을 의미한다. 그 같은 체제 하에서는 그러한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의 책임 문제가 진지하게 처리될 수 없다. 따라서 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확인하고 훼손된 자유와 권리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은 입헌민주주의 체제가 정상화된 이후의 일인데, 이때 과거의 총체적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고 국민들의 피해를 배상해 주어야 할 재판이 단순하고 형식적인 법 논리에 의지하여 오히려 국가의 면책을 정당화하는 데 동원된다면, 그러한 재판은 헌법이 상정한 사법의 역할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요체로 하는 입헌민주주의의 이념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부정의한 결과가 된다. (2)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허용되어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정하는 것은 각 국의 사법현실에 기초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몫이고, 우리 사회가 입법적으로 재판소원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그러한 연유에서 수긍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위와 같이 이른바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작용까지 헌법재판소가 현행 법제도 상 재판소원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심사를 포기해 버린다면, 이는 재판소원을 금지한 입법에 의하여 그보다 상위규범인 헌법의 핵심가치가 부정되는 위헌적인 상태를 방치하는 것이자, 헌법으로부터 파생된 권력(입법권)에 의해 헌법 자체가 훼손되도록 만드는 것을 용인하는 결과가 되므로, 헌법재판소가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외면하고 임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사안에 대해서도 법원이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함으로써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부정의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이 같은 판결은 국가와 헌법이 상정해 둔 사법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재판소원 금지 원칙의 예외로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 이념에 따라 그 당부가 다시금 검토되어야 할 재판에 해당한다. 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기본적으로 헌법의 가치에 어긋남이 없다 하더라도, 그 내용 중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관한 부분과 더불어,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 대해서까지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에 관한 부분은 재판청구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8. 재판관 김기영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별개의견 나는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심판청구가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는 다수 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하나, 다수의견과 그 이유를 달리하므로 다음과 같이 그 의견을 밝힌다. 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 중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관한 부분과,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 대해서까지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는 법원 재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에서 밝힌 예외적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법원 재판인지에 관하여 본다. (1) 이제까지 헌법재판소는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와 관련하여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사실심 변론종결일로 정하는 판단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으로 결정한 바가 없으므로,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을 사실심 변론종결일로 본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재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내용은, 긴급조치 위반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체포, 감금, 폭행, 가혹행위 등이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국가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면서도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사실심 변론종결일로 판단한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청구인들이 상고하자 이를 기각한 것이다. 대법원은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에서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되어 통화가치 등에 상당한 변동이 생긴 경우,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 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이 된다고 판시한 이후, 관련법에 따라 설립된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등에 의해 조사가 이루어진 이른바 과거사 사건들(이하 ‘과거사 사건들’이라 한다)에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으며, 이 사건 대법원 판결도 이를 따르고 있다. 위 대법원 2009다103950 판결 이전까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지연손해금이 불법행위 시부터 발생한다고 보는 것에 대하여 별다른 의문이 제기되지 않았다는 점과 과거사 사건들의 경우에도 불법행위 당시와 현재의 통화가치 차이를 감안하고 불법행위 시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된다는 사정까지를 고려하여 위자료의 원금을 산정함으로써 얼마든지 과잉배상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 대법원 2009다103950 판결이유에 따른 방식만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어떤 방식을 취하더라도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되어 통화가치 등에 급격한 변동이 생긴 경우 그러한 사정을 위자료 산정에 반영해야 할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비록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긴급조치 위반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체포, 감금, 폭행, 가혹행위 등이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국가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면서도 예외적으로 위자료배상채무에 대한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불법행위 당시가 아닌 사실심 변론종결일로 삼기는 하였으나, 그 내용이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를 인정한 판결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그와 같이 판단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한 재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 그렇다면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법원의 재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9. 재판관 이석태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한 반대의견 나는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사안에 대해서도 법원이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함으로써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부정의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이 같은 판결은 국가와 헌법이 상정해 둔 사법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재판소원 금지 원칙의 예외로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 이념에 따라 그 당부가 다시금 검토되어야 할 재판에 해당한다. 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에서 밝힌 예외적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법원 재판인지에 관하여 본다. (1) 헌법재판소는 2010헌바132등 결정에서 긴급조치 제1호가 입법목적의 정당성이나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하고, 참정권,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정부에 대한 비판 일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이를 처벌하는 긴급조치 제1호는 대한민국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므로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긴급조치 제1호는 국가긴급권의 발동이 필요한 상황과는 전혀 무관하게 헌법과 관련하여 자신의 견해를 단순하게 표명하는 모든 행위까지 처벌하고, 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전혀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으므로, 표현의 자유 제한의 한계를 일탈하여 국가형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며, 국민의 헌법개정권력의 행사와 관련한 참정권, 국민투표권,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 긴급조치 제4호는 비록 아직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로 결정된 적이 없지만 대법원의 위헌판결(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1도2631 판결)에서 보듯이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영장주의에 위배되며,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학문의 자유 및 대학의 자율성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밀도 있는 심사 없이도 문언 그 자체로 위헌성이 명백하다. 긴급조치 제1호, 제4호에 기초한 수사행위와 그 과정에서 청구인 백○학에게 가해졌던 불법행위는 정당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기 위한 분명한 의도로 발령된 규범들을 강제적이고 억압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대상이 된 사건은 국가가 국민들로부터 위탁받은 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사안에 해당한다. (2) 대법원은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에서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되어 통화가치 등에 상당한 변동이 생긴 경우,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 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이 된다고 판시한 이후 과거사 사건들에 이를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위 대법원 2009다103950 판결 이전까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지연손해금이 불법행위 시부터 발생한다고 보는 것에 대하여 별다른 의문이 제기된 바 없었다. 대법원은 유독 과거사 사건들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사실심 변론종결일’로 보면서도, 그러한 예외가 적용되는 요건인 ‘장기간의 세월 경과’와 ‘통화가치 등에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 관하여는 아무런 판단기준을 제시하지 아니하였다. (3) 불법행위로 인하여 비재산적 법익에 불이익 내지 손해가 발생한 이상 위자료배상채무는 이미 성립하여 이행기가 도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적 손해배상에 있어서의 원상회복 이념은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타당하다. 위 대법원 2009다103950 판결은,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즉시 지급함이 적절하다고 보이는 위자료 액수에 대하여 변론종결 시까지 배상이 지연된 사정’은 사실심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위자료 원본 액수를 산정할 때 적절히 증액할 여지를 두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즉 과거사 사건들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비재산적 손해배상의 경우 예외적으로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사실심 변론종결일로 삼아도 원상회복 이념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일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동시에 발생한 재산적 손해와 비재산적 손해에 대하여 그 손해배상채무의 지체책임 발생시기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불법행위 시부터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이 시작되어 이미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양자를 달리 취급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설령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통화가치가 급격히 변동되어 그 차이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위자료의 원금을 산정할 때 적절히 반영하는 등의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4) 특히,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대상이 된 사건은 국가가 국민들로부터 위탁받은 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사안으로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그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도 이를 주도하거나 거기에 가담한 결과이다. 이러한 과거사 사건들은 사후에도 국가기관에 의하여 사건 내용이 조작ㆍ은폐됨으로써 오랜 기간 진실규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관련법이 제정되고 독립된 위원회가 설립된 후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조사가 가능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대상이 된 사건을 포함한 과거사 사건들은, 일반적인 유형의 불법행위 내지 국가배상 사건들과는 달리, 상당한 기간 내에 불법 상태의 제거를 통한 원상회복을 기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과 그 이유는 국가가 자신의 본질을 배반하는 불법행위를 하고도 스스로 오랜 기간 이를 바로 잡지 않은 데에 기인한다는 점을 특별히 고려해야 한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위 대법원 2009다103950 판결과 마찬가지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사실심 변론종결일’로 삼았는바, 이는 총체적 불법상태를 야기한 국가권력이 오랜 기간 배상책임을 회피하여 지연손해금이 누적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 부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면제시킴과 동시에 과거사 사건들의 특수성을 피해자에게 불리한 요소로 참작하여 위자료 합계액을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청구인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시킴으로써 또 다른 위헌적인 상태를 초래하였다. 이는 헌법 제10조의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와 헌법 제29조 제1항의 국가배상청구권 보장 필요성에 비추어 볼 때, 가해자인 국가의 이익 보호만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합리적 이유 없이 청구인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5)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긴급조치 제1호, 제4호와 그에 기초한 수사행위 및 그 과정에서 청구인 백○학에게 가해졌던 불법행위는 애초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기 위한 분명한 의도로 발령된 규범들을 강제적이고 억압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수단들이다. 이처럼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하고도 반성하지 않은 채 장기간 동안 배상책임을 회피함으로써 지연손해금이 누적되었음에도 오히려 이 부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면책을 정당화하여 또 다른 위헌적인 상태를 야기하는 것은 우리가 오늘날의 민주헌정을 추구하는 취지와 양립할 수 없다. 재판소원을 금지하는 입법은 이처럼 도저히 그 부정의함을 묵과할 수 없는 수준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재판작용까지 염두에 둔 것은 아니며, 이러한 재판까지 재판소원 금지규정에 의해 헌법적 통제에서 자유롭게 되는 것은 헌법을 제정한 국민의 뜻에도 맞지 않는다. 다. 그렇다면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법원의 재판에 해당하고, 재판작용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청구인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출처] 법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헌재 결정례) - 2018헌마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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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송경과 ]

[ 참조조문 ]

대한민국헌법 제10조 제29조 제111조

[ 참조판례 ]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1도2631 판결

[ 참조판례 체계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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