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재판부 2018헌마1094, 2019. 4. 11., 인용

【전문】 사 건 2018헌마1094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한○선 국선대리인 변호사 안혜림 피 청 구 인 대구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8. 8. 9. 대구지방검찰청 2018년 형제19296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18. 8. 9. 청구인에 대하여 방실침입 및 방실수색 혐의로 기소유예처분(대구지방검찰청 2018년 형제19296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대학교 학생인 바, 2016. 9. 30. 22:49경부터 다음 날 23:03경까지 사이에 충북 괴산군 ○○로 ○○에 있는 ○○대학교 여자기숙사 403호실에서 같은 호실에 거주하는 피해자 이○현(여, 21세)이 주거공간으로 사용하는 방실에 총 7회에 걸쳐 침입하고, 피해자의 방실에서 피해자의 책장에 꽂혀 있던 필기노트를 꺼내어 뒤지는 등 총 2회에 걸쳐 피해자의 방실을 수색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8. 11. 12.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이 환기 내지 공용 전기밥솥의 사용을 위해 피해자의 허락하에 피해자의 전용공간에 들어간 것이고, 피해자가 주로 다른 방에서 생활하였기 때문에 이로 인해 피해자의 주거의 평온을 해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청구인이 피해자와 함께 작성한 노트를 살펴본 것이므로 방실침입죄나 방실수색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3. 판단 가. 인정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과 피해자 이○현(이하 ‘피해자’라 한다)은 ○○대학교 간호학과에 각 재학 중인 대학생이다. (2) 청구인은 2016. 3.경부터 2016. 9.경까지는 피해자, 박○은과 함께 ○○대학교 여자기숙사 403호(이하 ‘이 사건 기숙사’라 한다)에서 거주하였고, 2016. 9.경부터 2016. 11.경까지는 피해자, 이○연과 함께 이 사건 기숙사에서 거주하였다. (3) 이 사건 기숙사의 가운데 일부에는 차벽이 설치되어 있는데 그 벽을 경계로 청구인은 출입문 쪽에서 바라보았을 때 왼쪽 안쪽을, 피해자는 오른쪽 안쪽을, 이○연은 왼쪽 바깥쪽을 각 전용공간으로 사용하였다. 전용공간에는 개인 침대, 옷장, 책장이 설치되어 있다. (4) 한편, 피해자의 전용공간과 차벽으로 인한 구분 없이 그대로 공간적으로 이어진 이 사건 기숙사의 출입문 쪽 공용공간에는 화장대, 냉장고가 설치되어 있다. (5) 청구인은 2016. 9. 21.경 우연히 친구인 권○정으로부터 노트북 카메라로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6) 피해자는 2016. 9. 30.경 이 사건 기숙사에서 외출하면서 자신의 책상 위에 노트북 카메라를 계속 설치하여 기숙사 내부를 동영상으로 촬영하였다. (7) 피해자는 친구인 한○림에게 청구인이 위와 같이 설치한 노트북 카메라에 손을 흔드는 등 자신이 촬영되는지를 의심하는 듯한 행동을 한 사실이 있다고 말하였다. (8) 피해자가 위와 같이 노트북 카메라로 촬영하여 경찰에 제출한 5개의 동영상 파일을 보면, ① 2016. 9. 30. 23:03경 청구인이 피해자의 전용공간에 들어와 책장에서 노트를 꺼내어 살펴보거나 책장을 뒤지고, 허리를 구부려 책상 밑에서 무엇인가를 하는 모습(영상1), ② 2016. 9. 30. 22:49경 청구인이 피해자의 전용공간에 들어와 책상 밑에서 전선을 꺼내 나가고, 2016. 9. 30. 23:42경 전선을 들고 다시 들어와 허리를 구부리는 모습(영상2), ③ 2016. 10. 1. 00:04경 불이 꺼진 피해자의 전용공간에 누군가가 들어왔다가 나가는 모습(영상3), ④ 2016. 10. 1. 23:55경 불이 꺼진 피해자의 전용공간에 수회 불빛이 켜졌다가 꺼지고, 청구인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모습(영상4), ⑤ 2016. 10. 1. 22:49경 청구인이 피해자의 전용공간에 들어와 책상 앞에 선 채로 책상과 책장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듯한 모습(영상5)이 촬영되어 있다. (9) 청구인은 2017. 9. 13. 피해자를 상대로 ‘피해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기숙사에서 청구인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여 청구인을 촬영하고, 이를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게시하거나 청구인이 피해자의 물건을 뒤졌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여, 1심 법원에서 피해자는 청구인에게 4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었다(청주지방법원 2017가소313831). 청구인은 이와는 별도로 피해자를 명예훼손죄 등으로 고소하여 피해자에게 벌금 100만 원이 확정되었다. (10) 이에 피해자는 2018. 3. 13. 청주지방검찰청에 위와 같이 촬영한 동영상을 증거자료로 청구인을 방실침입죄 등으로 고소하였고, 청주지방검찰청 검사는 2018. 4. 20. 청구인의 주거지 관할인 대구지방검찰청으로 사건을 이송하였다. (11) 2016년 9월 경 당시 이 사건 기숙사에 함께 거주하였던 이○연은 2018. 7. 5. 경찰과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피해자가 사용하는 공간 밑에 콘센트를 꽂는 곳이 있어 그곳에서 밥솥 등 물건들을 사용하였다.”고 진술하였다. (12) 피해자는 2018. 7. 15. 경찰과의 통화에서 “밥솥은 같이 사용했고, 평소 제가 사용하는 공간에 콘센트를 꽂아서 밥솥을 썼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13) 한편, 2018. 6. 27. 청구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민사조정이 성립되었고(청주지방법원 2018나6533, 2018나6540), 피해자도 청구인에 대한 이 사건 고소를 취소하였다. 조정조서에는 ‘원고(청구인을 의미함)는 피고(피해자를 의미함)가 언제부터 또 얼마나 원고를 촬영했는지 알지 못하고, 기숙사라는 개인적인 공간에서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촬영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이러한 불안감은 원고로 하여금 피고가 촬영한 동영상을 일일이 확인하고 싶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건 초기에 원고와 피고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였고, 학교를 포함한 주변사람들도 원고의 불안감을 해소시키지 못했다. 원고로서는 어쩔 수 없이 법적구조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형사고소를 하고, 이 사건 소를 제기하게 된 동기로 보인다. 그렇게 시작된 원고와 피고의 분쟁은 피고가 원고를 형사고소하고, 이 사건 반소로 응하는 등 갈등은 증폭되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14) 2018. 8. 9. 피청구인인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는 피해자가 고소취소한 점 등을 참작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나. 판단 (1) 청구인, 피해자, 이○연 등 3인이 2016년 9월 당시 이 사건 기숙사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차벽으로 개인별 전용공간이 분리되어 전용공간별로 개인 침대, 책상, 옷장 등이 설치되어 있었으므로 각 전용공간은 그곳을 점유하는 개인이 사실상 지배ㆍ관리하고 있는 일정한 구획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2) 이 사건의 증거로는 피해자가 노트북 카메라로 촬영하여 제출한 5개의 동영상 파일이 있는바, 각 동영상 파일에 나타난 청구인의 행위가 방실침입죄 또는 방실수색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차례로 살펴본다. ① 영상1에는 청구인이 피해자의 책장에서 노트를 찾아내어 살펴보거나, 책상 주위를 이리저리 살피면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듯한 모습이 촬영되어 있는데, 이러한 영상만으로는 청구인이 어떠한 의도로 이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인지, 청구인이 살펴본 노트가 어떤 내용을 담은 노트인지, 당시 청구인이 이를 볼 수 있는 권한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 ② 영상2에는 청구인이 전기선을 들고 이를 콘센트에서 분리하거나 연결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는데, 이는 공용 전기밥솥을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③ 영상3에는 불이 꺼진 피해자의 전용공간에 누군가가 잠시 들어왔다가 곧바로 나가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는데, 그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 그곳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를 하였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④ 영상4에는 불이 꺼진 피해자의 전용공간에 수회 불빛이 켜졌다가 꺼지거나, 청구인이 1회 피해자의 전용공간에 들어왔다가 곧바로 나가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는데, 누가 어떠한 목적으로 스탠드를 반복하여 켰다 껐는지, 청구인이 피해자의 전용공간에 들어와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를 하였는지 등은 확인하기 어렵다. ⑤ 영상5에는 청구인이 피해자의 전용공간에 들어와 책상 앞에 선 채로 책상과 책장 주위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는데, 청구인이 왜 이와 같은 행위를 하고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3)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해자 및 이○연의 각 진술, 동영상에 나타난 여러 정황 및 청구인과 피해자 사이에 있었던 제반 분쟁의 경과 등을 종합해 보면, 청구인이 피해자의 전용공간에 수차례 들어가 무엇인가를 찾거나 살펴보았던 것은 피해자가 기숙사 내부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여 청구인을 몰래 촬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던 상황에서 그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청구인이 전기선을 들고 피해자의 전용공간에 출입한 행위는 피해자의 책상 밑에 보관되어 있던 공용 전기밥솥을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만일, 청구인이 피해자의 전용공간에 들어가 무엇인가를 찾거나 살피는 듯한 행동을 한 것이 피해자가 몰래카메라를 설치하여 동의 없이 청구인을 촬영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면 이는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또한 청구인이 전기선을 들고 피해자의 전용공간에 출입한 행위가 공용 전기밥솥을 사용하기 위한 경우에 해당한다면, 이는 피해자가 평소 피해자의 책상 밑 공간에 공용 전기밥솥을 보관하는 것 및 공용 전기밥솥을 사용함에 있어 피해자의 책상 밑 공간에 있는 전기 콘센트를 이용하는 것을 허락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당시 기숙사 방을 함께 사용했던 청구인이 피해자의 전용공간에 들어갔거나 무엇인가를 찾았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방실침입죄 또는 방실수색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2016년 9월 30일에 한 청구인의 행동들이 촬영되어 있는 동영상의 내용을 규명하기 위해, ① 당시 같은 기숙사를 함께 사용했던 청구인, 피해자, 이○연 사이에 평소 각자의 전용공간을 기숙사 룸메이트가 출입하는 것에 대하여 상호 양해가 있었는지 여부, ② 청구인이 피해자의 전용공간에 들어간 것이 피해자가 몰래카메라를 설치하여 청구인을 몰래 촬영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인지 여부, ③ 당시 공용 전기밥솥의 사용이나 환기를 위해서 청구인이나 이○연이 피해자의 전용공간에 출입하는 것에 대하여 피해자가 승낙하거나 양해하였는지 여부, ④ 당시 청구인이 살펴본 노트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노트이고, 청구인이 이를 살펴볼 권한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추가 수사를 통해 확인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한 수사미진의 점이 인정된다. 다. 소결 결국 청구인이 피해자의 전용공간에 출입하거나 수색하게 된 경위, 목적, 청구인의 구체적인 행위, 피해자가 이 사건 기숙사를 함께 사용한 청구인에게 피해자의 전용공간에 출입할 수 있도록 허락하였는지 여부 등을 명확하게 규명하지 아니한 채 청구인에게 방실침입죄와 방실수색죄가 인정됨을 전제로 내려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증거판단, 수사미진, 법리오해의 잘못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출처] 법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헌재 결정례) - 2018헌마1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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