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재판부 2017헌마881, 2018. 4. 26., 인용

【전문】 사 건 2017헌마881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박○현 대리인 변호사 신영재 피 청 구 인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7. 5. 16. 서울동부지방검찰청 2017년 형제18936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7. 5. 16. 피청구인으로부터 폭행치상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서울동부지방검찰청 2017년 형제18936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바, 그 피의사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해자는 청구인의 모로부터 서울 송파구 ○○로○○길 ○○소재 건물 일부를 임차하여, 피해자의 모와 함께 ‘○○’라는 상호의 주점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청구인은 2017. 4. 12. ○○에서 피해자의 모와 임대차계약에 관한 원상회복 문제로 시비를 하던 중 피해자를 양손으로 밀어 좌석 칸막이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히게 하여 치료일수 미상의 상해를 가하였다.』 나. 청구인은 2017. 8. 9.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이 피의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밀거나 상해를 가한 적이 없음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을 불러서 진술할 기회를 주거나 피해자와의 대질신문을 하는 등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위헌적인 공권력의 행사이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의 모친은 서울 송파구 ○○로 ○○길 ○○소재 건물의 소유자이고, 피해자와 그 모친은 위 건물 일부를 청구인의 모친으로부터 임차하여 ‘○○’라는 상호의 주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청구인과 그 모친은 2017. 4. 12. 저녁 위 주점에서 피해자의 모친과 임대차계약의 종료에 따른 원상회복에 관한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 청구인은 언쟁 중 피해자의 모친을 ‘아줌마’라고 부르며 언성을 높였는데, 이에 피해자가 ‘아 씨발’이라고 하였다(청구인 및 피해자의 진술). (2) 이후의 상황에 대하여 청구인과 피해자는 다른 내용의 진술을 하고 있다. 청구인은 피해자가 다가오자 양손을 들어 손바닥으로 막았을 뿐이고, 피해자가 자신을 손으로 밀어 넘어지게 하여 전치 3주의 상해를 입게 되었다고 진술하는 반면(수사기록 28쪽), 피해자는 청구인이 먼저 자신을 팔꿈치로 밀어 칸막이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다치게 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청구인의 왼쪽 어깨를 밀어버렸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8쪽). (3) 삼전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은 2017. 4. 12. 18:27경 ‘시비가 있다’는 112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하였는데, 도착 당시 피해자는 이마에서 피를 흘리며 위 주점 밖으로 나오고 있었고, 청구인은 위 주점 안에서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지혈하고 있었다(임의동행보고, 수사기록 6쪽). 청구인은 바로 119안전센터 구급차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고, 피해자는 위 경찰관들과 임의동행하였다(수사기록 9쪽). (4) 위 경찰관들은 현장 CCTV를 수사하였으나, 사건 현장은 CCTV 사각지대라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수사기록 35쪽). (5) 피해자가 제출한 상해진단서에는 피해자가 전치 3주 두부 좌상 및 두피열상을 입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수사기록 23쪽), 청구인이 제출한 상해진단서에는 청구인이 전치 3주의 뇌진탕, 두피 열창 및 혀의 열창을 입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심판기록 17쪽). (6) 청구인은 2017. 4. 20.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를 밀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하는 한편(수사기록 28쪽), 피해자 및 그 부모가 정식으로 자신에게 사과를 하였고, 고의적으로 자신을 다치게 한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피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30쪽). 피해자도 2017. 5. 15. 청구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41쪽). (7) 청구인은 2017. 6. 2. 및 2017. 6. 7.에 자신이 피해자를 밀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하고(수사기록 52쪽, 54쪽), 진정을 제기하기도 하였는데, 2017. 6. 7. 진정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진정취하서를 제출하였다(수사기록 57쪽). 나. 피의사실의 인정 여부 피청구인은 피해자의 진술, 피해자에 대한 상해진단서, 임의동행보고 등을 근거로 청구인의 폭행치상 혐의를 인정하였는바, 그 내용 및 신빙성 여부를 살펴본다. (1) 피해자의 진술 (가) 피해자는 청구인이 팔꿈치로 자신의 몸을 밀어 뒤로 넘어뜨렸다고 진술하였다가(수사기록 16쪽), 이후 자신을 양손으로 ‘살짝’ 밀었다고 진술을 바꿨다(수사기록 45쪽). 이처럼 피해자의 진술은 시기에 따라 그 내용이 바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마지막 진술에 따르면 40대 후반의 여성인 청구인이 피해자를 살짝 밀었을 뿐임에도 30대 후반의 남성인 피해자가 뒤로 넘어졌다는 것으로, 그 내용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피해자는 청구인이 먼저 자신을 팔꿈치로 밀어 자신을 다치게 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청구인의 왼쪽 어깨를 밀어버렸다고 진술하지만, 청구인이 제출한 2017. 4. 16.자 녹취서에 따르면 피해자의 모는 피해자의 상처가 청구인의 상해보다 더 늦게 났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어, 피해자의 위 진술과 일치하지 않는다. (나) 피해자가 입은 상처를 찍은 사진을 보면(수사기록 13쪽), 정수리를 기준으로 앞쪽에 좀 더 가까운 옆쪽에 상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구인의 피의사실은 피해자를 두 손으로 밀어 뒤로 넘어뜨려 좌석 칸막이 모서리에 부딪히게 했다는 것인데, 피해자가 뒤로 넘어지면서 위와 같은 위치에 상처를 입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앞서 본 피해자의 진술에 비추어보았을 때 피해자가 뒤로 밀려 넘어지면서 위와 같은 상처를 입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다) 이처럼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된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부위와 그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이 부합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반면, 청구인은 자신이 피해자를 민 적은 없고, 오히려 피해자가 자신을 밀어 넘어뜨렸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청구인은 피해자와 합의한 후에 진정을 제기하였다가 이를 취소하기도 하는 등의 행동을 하기는 하였으나, 이러한 행동은 청구인이 일관되게 자신이 피해자를 밀지 않았다는 주장 아래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청구인의 진술을 신빙하기 어렵게 만드는 사정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청구인이 피해자를 민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관련하여 청구인과 피해자의 진술은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는 이를 분명히 하기 위한 대질조사를 거부하고 있다(수사기록 32쪽). (라) 이상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청구인이 두 손으로 피해자를 밀어 좌석 모서리에 부딪히게 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2) 상해진단서 피해자가 제출한 상해진단서에는 피해자가 전치 3주 두부 좌상 및 두피열상을 입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상해진단서는 상해 사실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증거에 의하여 상해의 가해행위가 인정되는 경우에 그에 대한 상해의 부위나 정도의 점에 대한 증거가 될 뿐이므로(대법원 1995. 9. 29. 선고 95도852 판결; 대법원 1983. 2. 8. 선고 82도3021 판결 등 참조), 상해진단서만으로는 피해자가 ‘상처를 입은 사실’ 자체를 인정할 수 있더라도, 청구인이 피해자를 두 손으로 민 사실 및 이로써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3) 임의동행보고 한편, 삼전지구대 경찰관들이 작성한 임의동행보고에는 경찰관들이 출동할 당시 피해자가 이마에서 피를 흘리며 사건 현장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고 한다. 이는 피해자가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는 하나, 사건발생 후의 상황을 나타내고 있는 것일 뿐이어서 그것만으로 청구인이 피해자를 두 손으로 밀었다는 사실 및 이로써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다. 수사미진 (1)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해자의 진술, 상해진단서 및 임의동행보고의 내용만으로는 청구인이 피해자를 두 손으로 민 사실, 피해자가 이로 인하여 좌석 칸막이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상해를 입은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피해자가 부딪혔다는 좌석 칸막이 모서리의 높이 등 사건이 발생한 현장을 살펴보고, 청구인과 피해자의 체격, 신장 등에 비추어 피의사실과 같은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수사하였어야 하며, 나아가 청구인과 피해자를 포함한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로부터 진술을 들어 그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는 등의 추가적인 수사를 해야 했다. 그리고 피청구인은 이러한 추가적인 수사를 통하여 청구인이 피해자를 두 손으로 민 사실이 있는지 여부 및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혀보았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이러한 점들에 대한 추가적인 수사 없이 청구인에 대하여 폭행치상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2) 가사 청구인이 피해자를 팔꿈치 또는 두 손으로 민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는 청구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의 위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는지 여부를 밝힌 후 피의사실에 대하여 공소권없음의 불기소처분 여부를 판단했어야 할 것이다(형법 제260조 제3항,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 제3항 제4호 참조). 라. 소결론 결국,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출처] 법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헌재 결정례) - 2017헌마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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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조판례 ]

대법원 1983. 2. 8. 선고 82도3021 판결
대법원 1995. 9. 29. 선고 95도85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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