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재판부 2017헌마276, 2018. 12. 27., 인용

【전문】 사 건 2017헌마276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김○인 대리인 변호사 조기현법무법인 수호담당변호사 신유진, 윤서영 피 청 구 인 춘천지방검찰청 영월지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6. 12. 21. 춘천지방검찰청 영월지청 2016년 형제5989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6. 12. 21. 피청구인으로부터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춘천지방검찰청 영월지청 2016년 형제5989호, 다음부터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다.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여자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청구인은, 2016. 4. 중순경 위 학교 급식소 앞 계단에서 14세인 피해자 박○신이 다른 학생들과 식사 차례를 기다리기 위해 줄을 서 있던 중 지나가는 청구인에게 인사를 하자, “어, 안녕”이라고 말하면서 왼쪽 손바닥을 피해자의 배 부위에 대고 쓰다듬어 청소년인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며, 2017. 3. 20.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피해자의 배를 만진 적이 없으며, 설령 점심시간에 청구인이 학생들로 매우 붐비는 급식소 앞을 지나다가 의도치 않게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강제추행의 고의가 없으므로 죄가 될 수 없다. 3. 판단 가. 쟁점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죄는 아동ㆍ청소년에 대하여 강제추행죄를 범한 경우에 성립한다.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며, 이 경우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일 필요는 없고,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980, 2015모2524 판결 참조). 그렇다면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강제추행의 고의로 피해자에 대해 유형력을 행사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이다. 나. 검토 (1) 청구인이 강제추행의 고의로 피해자에 대해 유형력을 행사한 사실이 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로는, 피해자와 홍○빈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이 있다. 그런데 홍○빈은 청구인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는 것을 목격하지는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피의사실에 대한 직접적 증거로는 피해자의 진술이 있을 뿐이다. (2)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청구인이 신체를 접촉한 ‘행위’를 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다음의 각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청구인이 강제추행의 ‘고의’로 피해자에 대해 유형력을 행사하였다고 단정한 피청구인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손바닥으로 배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과 손바닥으로 배를 쓰다듬거나 누르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청구인이 피해자의 신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접촉한 것인지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다소 일관성이 없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의 인지 전인 2016. 9. 21. ○○여자중학교 Wee 클래스 전문상담사 조○현과의 상담과정에서 “청구인이 내 배를 손바닥으로 스치며 지나갔다.”라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해자는 2016. 9. 26. 경찰 조사에서 “청구인이 손바닥을 펴서 배에 대고 밀었다가 쓰다듬으면서 배에서 손을 떼었다.”라고 진술하였고, 2016. 12. 15. 검찰 조사에서는 “청구인이 손바닥으로 배를 스치면서 약간 꾹꾹 누르듯이 만졌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특히 피해자는 2016. 9. 21. 조○현과 상담하면서, “청구인이 고의적으로 접촉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라고 말한 바 있다. (3) 청구인은 수사과정에서 일관되게 강제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며,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은 일응 청구인의 주장에 부합한다. (가) 청구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점심시간이었기 때문에 학교 급식소에는 학생들이 2~3줄을 이루어 서 있었고 수십 명 정도가 한 줄을 이루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성범죄 전력이 없고 해당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던 청구인이, 학생이 많이 모여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추행하였다는 것은 경험칙상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나)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청구인이 급식소 방향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고 진술한 점, 급식소 출입문 크기가 작고 이 사건 당시 점심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학생들이 많았다는 점, 피해자는 당시 14세의 여중생으로 신체접촉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점, 이 사건 피의사실 발생 이후 수업시간 중 청구인의 성적(性的) 발언으로 말미암아 청구인과 학생들 사이에 감정대립이 있었고,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게 된 것도 사건 발생 직후가 아니라 약 5개월이 지나 청구인과 학생들 간의 감정 대립이 생긴 후 경찰과의 상담과정에서 얘기한 것이라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청구인이 식사하기 위해 학생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다가 강제추행의 고의 없이 옆에 있던 피해자를 손으로 접촉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다. 소결 피청구인으로서는 이 사건 당시 급식실 앞 출입로의 구조 및 줄을 서 있던 학생들의 현황은 어떠한지, 청구인의 행위를 목격한 사람이 있는지, 청구인이 피해자의 신체에 어떻게 접촉하였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피해자를 최초 상담하였던 조○현을 조사하는 등 피해자와 청구인 진술의 진위와 상이점 등을 면밀하게 살펴서, 과연 청구인이 강제추행의 고의로 피해자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위와 같은 점에 대한 수사를 충분히 하지 아니한 채, 피해자의 진술만을 믿고 청구인이 강제추행의 고의로 19세 미만의 아동ㆍ청소년인 피해자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였다고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에 따른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이고,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출처] 법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헌재 결정례) - 2017헌마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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