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재판부 2017헌마1056, 2019. 2. 28., 기각

【전문】 사 건 2017헌마1056 재판취소 등 청 구 인 이○경 외 2인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자연 담당변호사 이영기 [주 문] 1.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2. 청구인들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들은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1975. 5. 13.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로 제정되고, 1979. 12. 7. 대통령공고 제67호로 해제된 것, 이하 ‘긴급조치 9호’라 한다)를 위반하였다는 혐의로 체포ㆍ구속된 뒤 각 징역 1년 6월 및 자격정지 1년 6월을 선고받았고(부산지방법원 78고합486, 부산지방법원 78노1011), 위 판결이 확정되어 형집행을 받은 뒤, 재심을 청구하여 청구인 이○섭(대구고등법원 2011재노2)은 2014. 1. 23., 청구인 이○경, 김○영(부산지방법원 2013재고합7)은 같은 해 6. 18. 각 긴급조치 9호가 위헌ㆍ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판결을 받았고, 위 판결들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 청구인들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수사기관 담당 공무원들이 위헌ㆍ무효인 긴급조치 9호에 근거하여 청구인들을 체포ㆍ구속한 후 변호인 접견권이 침해된 상태에서 고문ㆍ폭행하여 허위 자백을 받아내고, 법관들이 이를 기초로 청구인들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등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5. 6. 11. 청구인 이○경, 김○영의 소는 위 청구인들이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보상법’이라 한다)에 의한 보상금등의 지급결정에 동의함으로써 위 청구인들과 대한민국 사이에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여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되고, 청구인 이○섭의 청구는 긴급조치 9호가 위헌ㆍ무효라고 하더라도 공무원들이 긴급조치 9호를 적용하여 수사 및 처벌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하고, 그로 인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의 무죄사유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합69618). 이에 대하여 청구인들이 상소를 제기하였으나, 2017. 6. 9. 그 항소(서울고등법원 2015나2033616)가, 같은 해 9. 7. 그 상고(대법원 2017다241659)가 각 기각되었다. 다. 청구인들은 2017. 9. 2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 및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다241659 판결이 청구인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이하 ‘재판소원금지조항’이라 한다), 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2000. 1. 12. 법률 제6123호로 제정되고, 2015. 5. 18. 법률 제132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2항(이하 ‘화해간주조항’이라 한다) 및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다241659 판결(이하 ‘이 사건 판결’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청구 사유) 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 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2000. 1. 12. 법률 제6123호로 제정되고, 2015. 5. 18. 법률 제132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다른 법률에 따른 보상 등과의 관계 등) ② 이 법에 의한 보상금등의 지급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재판소원금지조항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청구의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 국가배상청구권 및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 나.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금등은 손해배상과 그 성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화해간주조항이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금등의 지급을 신청한 신청인이 그 지급 결정에 동의한 경우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 국가배상청구권 등을 침해한다. 다.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9호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으므로, 대통령의 위 긴급조치권 행사는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이에 근거한 공무원들의 수사, 기소 및 재판 행위는 모두 불법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판결은 위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평등권,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재판소원금지조항에 관한 판단 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금지조항에 대하여,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헌재 2016. 4. 28. 2016헌마33)을 선고함으로써, 그 위헌 부분을 제거하는 한편 그 나머지 부분이 합헌임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재판소원금지조항은 위헌 부분이 제거된 나머지 부분으로 이미 그 내용이 축소된 것이고, 이에 관하여는 위 선례와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재판소원금지조항이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 나. 화해간주조항에 관한 판단 (1) 청구인 이○경, 김○영의 청구에 관한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른 헌법소원의 심판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있는 날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법령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을 침해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법령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법령이 시행된 날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여야 하고, 법령이 시행된 뒤에 비로소 그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을 침해받게 된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여야 한다(헌재 2004. 4. 29. 2003헌마484). 그런데 긴급조치 9호 위반 사건과 관련하여, 청구인 이○경은 2005. 12. 18.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로부터 생활보상금 지급결정을 받고 같은 달 26일 생활지원금을 수령하면서 화해계약을 한다는 취지의 동의서를 제출하였고, 청구인 김○영은 2005. 8. 8. 위원회로부터 생활보상금 지급결정을 받고 같은 달 24일 생활지원금을 수령하면서 화해계약을 한다는 취지의 동의서를 제출하였는바, 청구인 이○경은 2005. 12. 26.에, 청구인 김○영은 같은 해 8. 24.에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고, 그로부터 1년이 경과된 후에 제기된 위 청구인들의 이 부분 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이 도과하여 부적법하다. (2) 청구인 이○섭의 청구에 관한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라 함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말미암아 자기의 기본권이 현재 그리고 직접적으로 침해받은 경우를 의미하므로 원칙적으로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의 직접적인 상대방만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공권력의 작용에 단순히 간접적, 사실적 또는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있을 뿐인 제3자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헌재 1997. 3. 27. 94헌마277 등 참조). 그런데 화해간주조항은 민주화보상법이 정하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또는 그 유족이 보상금등의 지급을 신청하여 위원회가 그 심의와 결정을 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민주화보상법 제10조 제1항, 제11조, 제14조 참조), 보상금등의 지급 신청은 법률 제8273호 민주화보상법 일부개정법률의 시행일인 2007. 5. 27. 이후 6개월까지 하여야 하는바(민주화보상법 제10조 제2항), 청구인 이○섭은 위 기간 내에 보상금등의 지급 신청을 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화해간주조항으로 인하여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받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청구인 이○섭의 이 부분 심판청구는 자기관련성이 없어 부적법하다. 다. 이 사건 판결에 관한 판단 (1) 법원의 재판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 (2) 청구인들은, 긴급조치 9호에 근거하여 체포ㆍ구속된 후 수사ㆍ기소 및 유죄 판결을 받은 청구인들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이 사건 판결이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이라고 선언한 헌법재판소 결정(헌재 2013. 3. 21. 2010헌바132등)의 기속력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판결을 함에 있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반하여 긴급조치 9호가 합헌이라고 판단하였거나 합헌임을 전제로 긴급조치 9호를 적용한 바가 없으며, 나아가 긴급조치 9호를 합헌으로 해석하는 취지의 설시도 하지 않았다. 이 사건 판결에서 청구인들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긴급조치 9호가 합헌이기 때문이 아니라 긴급조치 9호가 위헌임에도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해석론에 따른 것이다. (3) 한편,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화해간주조항이 신청인의 정신적 손해에 관한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화해간주조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헌재 2018. 8. 30. 2014헌바180등 참조). 따라서 위 위헌결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청구인들에게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까지 화해간주조항을 적용하여 재판을 하였다면 이는 위헌 결정된 법률을 적용한 재판으로서 취소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청구인 이○경, 김○영의 소는 헌법재판소의 위 위헌결정이 선고되기 전에 화해간주조항에 따라 각하되었는바, 이 사건 판결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화해간주조항을 적용한 재판이라고 볼 수 없다. (4) 따라서 이 사건 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이 부분 심판청구는 허용될 수 없어 부적법하다. 5. 결론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 중 재판소원금지조항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청구인들의 나머지 심판청구는 부적법하여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소원금지조항과 이 사건 판결에 대하여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재판소원금지조항과 이 사건 판결에 대한 반대의견 우리는 재판소원금지조항과 이 사건 판결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재판소원금지조항에 관한 판단 (1) 현행 법제도상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이하 “재판소원”이라 한다)은 인정되지 않지만,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재판소원이 허용된다(헌재 2016. 4. 28. 2016헌마33 참조).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법원의 재판이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한 재판’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헌재 2003. 4. 24. 2001헌마386의 반대의견 참조),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에 이르게 된 핵심적인 논증, 즉 헌법재판소의 위헌이라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이유의 논리를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도 여기에 포함되어야 한다(헌재 2018. 8. 30. 2015헌마861등의 반대의견 참조). (2) 그러나 국가와 헌법의 본질,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사명으로부터 재판소원 금지에 관한 또 다른 예외가 도출되어야 한다고 본다. (가) 근대 입헌민주주의 체제는 존엄한 존재인 개인과 그 연대체인 사회의 사적ㆍ공적 자율성을 토대로 하는바 그 같은 자율성의 기초가 되는 개인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핵심적인 가치로 상정한다. 기실 국가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관하여는 여러 논의가 있으나, 이러한 근대 입헌민주주의 체제에서 국가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과 실현, 그리고 이를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회의 안전과 공익 실현을 위한 확고한 헌신에 그 본질이 있다고 여겨진다. 이에 근대 헌법은 이 같은 국가의 목적과 과제를 위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국가권력의 형성과 운영 그리고 그 한계에 관하여 정하고 있다.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권력이 분립되지 않은 사회는 헌법을 가진 사회라고 할 수 없다는 이른바 프랑스 인권선언(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 제16조에는 이러한 근대적 관념이 잘 반영되어 있다. 국가권력은 이러한 목적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므로,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애초에 권력을 위임받은 취지에 반하여 외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것은 국가가 자신의 본질을 배반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른바 ‘본질 배반의 불법행위’는 국가가 정당한 목적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범하게 되는 과오와는 구분될 수 있으며, 국가권력이 합세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데 서로 협조하는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라 함은, 입법부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알면서도 혹은 그러한 침해임을 모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위헌성을 지닌 입법을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행하고, 행정부와 사법부는 이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도 이러한 입법을 그대로 집행하거나 그것을 적용해 재판함으로써 국가권력이 자신의 본질을 거슬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것을 실행하거나 본연의 임무를 방기한 채 그에 협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통치체제가 이러한 총체적 불법행위에 의존한다는 것은 그것이 정상적인 입헌민주주의 시스템 하에서는 도저히 유지될 수 없는 체제임을 반증하는 것이므로, 민주화 이후에는 그러한 체제 하에서 이루어졌던 심각한 수준의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이 문제될 수밖에 없는데, 이때 그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확인하고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침해를 회복시켜 주어야 할 재판이 예컨대 통치행위이론이나 공무원 개인의 법령준수의무와 같은 평면적인 법 논리에 의지해 오히려 국가의 면책을 정당화한다면, 그러한 재판은 사법의 본질에 위반되는 것이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요체로 하는 입헌민주주의의 이념 하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이다. (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허용되어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각국의 사법현실에 기초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몫이고, 우리 사회가 입법적으로 재판소원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그러한 연유에서 수긍할 수 있다 하더라도, 만약 위와 같이 이른바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를 자행한 국가의 행위에 대해서도 면책을 정당화하는 재판작용까지 헌법재판소가 현행 법제도상 재판소원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그에 대한 심사를 포기해 버린다면, 이는 재판소원을 금지한 입법으로 인해 그보다 상위규범인 헌법의 핵심가치가 부정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이자 헌법으로부터 파생된 권력(입법권)에 의해 헌법 자체가 훼손되는 것을 용인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말하자면 이는 헌법을 수호하고 입헌국가의 근본이 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헌법재판소가 스스로의 가치를 저버리는 일이다. 따라서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사안에 대해서도 법원이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함으로써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부정의한 결과가 발생한 때에는 이 같은 부정의한 결과를 낳은 법원의 판결은 국가와 헌법 그리고 사법의 본질에 비추어 이례적으로 위헌심사가 가능한 재판이 되어야 옳다. 그렇다면 재판소원금지조항이 기본적으로 헌법의 가치에 어긋남이 없다 하더라도, 그 내용 중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관한 부분과 더불어,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까지도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에 관한 부분은 재판청구권,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나. 이 사건 판결에 관한 판단 헌법재판소는 2013. 3. 21. 2010헌바132등 결정에서 긴급조치 9호가 여러 측면, 특히 범죄구성요건이 추상적이고 모호한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를 금지한 점(제1항 가호), 구 헌법(1972. 12. 27. 헌법 제8호로 개정되고, 1980. 10. 27. 헌법 제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 한다)을 부정ㆍ반대ㆍ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 논의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점(제1항 나호), 허가받지 않은 학생의 모든 집회ㆍ시위와 정치관여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주무부장관이 학생의 제적을 명하고 소속 학교의 휴업, 휴교, 폐쇄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점(제1항 다호, 제5항), 긴급조치 9호에 위반한 자를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ㆍ구속ㆍ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도록 한 점(제8항)에서 내포된 위헌성이 그 자체로 명백하고 또한 중대하다고 판단하였다. 요컨대 긴급조치 9호의 여러 내용들은 밀도 있는 심사 없이도 문언 그 자체로 헌법에 위반됨이 명백하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그 위헌성이 정당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에서 피치 못하게 수반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애초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기 위한 분명한 의도로 발령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다. 이 점에서 긴급조치 9호의 발령행위는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일반적으로 상정되는 규범제정행위와는 구분된다. 또한 긴급조치 9호에 기초한 수사행위와 그 과정에서 청구인들에게 가해졌던 불법행위는 위와 같이 애초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기 위한 분명한 의도로 발령된 규범을 강제적이고 억압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수단들로서, 국민들로부터 위탁받은 국가권력을 그 본질에 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억압하고 침해하기 위해 활용된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그러한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침해에 관한 사정을 익히 알면서도 이를 주도하거나 거기에 가담한 사례에 해당하며, 만약 법원이 이에 대해서까지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면책을 정당화하는 것을 그대로 두는 것은 국민이 헌법을 만들어 국가권력의 과제를 정하고 그 행사방식을 규율하는 취지와 양립할 수 없다. 재판소원을 금지하는 입법이 이러한 도저히 그 부정의함을 묵과할 수 없는 수준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재판작용까지 염두에 둔 것은 아니며, 이러한 재판까지 재판소원금지조항에 의해 헌법적 통제에서 자유롭게 되는 것은 헌법을 제정한 국민의 뜻에도 맞지 않는다고 본다. 이러한 재판은 재판작용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청구인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심각히 침해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다. 결론 이러한 이유에서 재판소원금지조항 중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도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고, 이 사건 판결은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하였음에도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였는바 이는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판결에 해당하고, 또한 국가와 사법의 본질에 반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출처] 법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헌재 결정례) - 2017헌마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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