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재판부 2017헌마995, 2018. 12. 27., 인용

【전문】 사 건 2017헌마995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이○용 대리인 법무법인 한율 담당변호사 김병철 피 청 구 인 의정부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7. 6. 20. 의정부지방검찰청 2017년 형제31002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이씨 ○○파 종중(이하 ‘이 사건 종중’이라 한다)의 총무이다. 나. 청구인은 2017. 6. 20. 피청구인으로부터 도로법위반 혐의에 관하여 기소유예처분(의정부지방검찰청 2017년 형제31002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데,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5. 10.경부터 2017. 6. 15.경까지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남양주시 ○○ 민자고속도로 바로 옆 도로 부지에 높이 3미터 70센티미터 상당의 종중 묘 표지석(이하 ‘이 사건 표지석’이라 한다)을 설치하였다.」 다. 청구인은 2017. 9. 6.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이 사건 종중의 임원이 아니라 월급을 받는 총무에 불과하고, 청구인이 이 사건 표지석을 설치하기로 결정하는 데 관여하거나 그 설치를 지시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공권력 행사로서 취소되어야 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관계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15. 1. 1.부터 이 사건 종중의 총무(총무부 소속)로 재직 중이다. (2) 청구인이 제출한 이 사건 종중규약에 따르면, 종중의 운영과 사무처리를 위하여 종중에 총무부, 재무부, 사업부를 둘 수 있고(제29조), 각 부서에 부장 1명과 직원을 둘 수 있으며, 이때 부장은 회장이 이사회 승인을 얻어 임면하고, 직원은 회장이 임면한다(제30조). (3) 청구인은 2017. 5. 30.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 사건 종중 소유의 토지라 생각하고 종중회의를 거쳐 표지석을 세우게 된 것이다. 관할 행정기관의 시정조치명령을 받고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최근 측량을 실시했으며, 2017. 6. 23.까지는 이 사건 표지석을 옮겨 설치할 예정이므로 선처해 달라’고 진술하였다. 청구인은 위 경찰 조사 당시 관할 행정기관으로부터 받은 공문, 이 사건 종중 회장의 의견제출서, 경계복원측량 성과도 등을 유리한 참고자료로 제출하였다. (4) 이 사건 표지석은 2017. 6. 15. 완전히 철거되었다. 이 사건 종중은 2017. 6. 19. 의정부지방검찰청에 사건번호와 청구인의 이름을 표지에 기재한 후 철거된 현장사진을 첨부하여 제출하였고, 담당검사는 2017. 6. 20.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나. 판단 기록을 살펴보면 청구인은 이 사건 표지석 설치와 관련하여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고, 행정기관의 시정조치명령을 받은 후 이를 철거하였으며, 선처를 받기 위해 표지석 철거 사실을 확인하는 자료를 피청구인에게 제출하였다. 그런데 청구인이 이 사건 종중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이 사건 표지석을 설치하였기 때문에 그 책임자로서 위와 같이 수사에 응한 것이라고 볼 자료는 없다. 청구인은 이 사건 종중의 사무를 처리하는 총무로서 종중 사무 처리의 일환으로 표지석 설치에 관한 수사에 응한 것으로 보이고, 그 외 표지석 설치에 관하여 청구인에게 책임을 물을 만한 증거를 수사기록에서 찾기는 어렵다. 종중의 묘 표지석 설치는 종중의 고유사무라 볼 수 있으므로 종중의 의사결정을 통해 그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고 실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사건 종중의 경우에도 종중에서 그 설치와 관리를 결정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채 이 사건 표지석을 설치한 것과 관련하여 총무인 청구인에게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먼저 이 사건 종중이 어떠한 절차를 거쳐 표지석을 설치하였는지, 표지석 설치를 위해 종중의 의결이 있었는지, 그렇지 않다면 종중 대표나 총무가 독자적으로 표지석 설치를 결정한 것인지, 설치가 결정된 후에는 그 집행을 누가 하였는지, 종중 사무를 처리하는 총무는 그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사실들은 종중의 대표자를 불러 조사하거나 종중의 의사록을 제출받아 확인하거나 또는 청구인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위 사항에 대해 질문하고 그 진술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제출받으면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수사기록을 살펴보면 위와 같은 사실에 대해 조사를 한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다. 종중의 대표자를 조사하거나 종중 의사록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경찰에 출석하여 선처를 구하면서 이 사건 종중에 유리한 참고자료를 제출하자 피의사실을 자백하였다고 판단한 후 이 사건 표지석의 설치 및 집행을 누가 결정하였는지, 청구인이 이 사건 표지석의 설치 결정과 관련하여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 등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청구인에 대한 피의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에 따른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출처] 법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헌재 결정례) - 2017헌마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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