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재판부 2018헌마1020, 2019. 5. 30., 인용

【전문】 사 건 2018헌마1020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조○○ 대리인 변호사 조승오, 이유호, 김도균 피 청 구 인 인천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8. 7. 11. 인천지방검찰청 2018년 형제52801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18. 7. 11. 청구인에 대하여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인천지방검찰청 2018년 형제52801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마약류 취급자가 아니다. 청구인은 2016. 10. 23.경 인터넷 ○○ 사이트에 접속하여 향정신성의약품인 암페타민의 이성체에 해당하는 엔-메틸펜에틸아민(N-methylphenethylamine), 엔,엔-디메틸펜에틸아민(N,N-dimethylphenethylamine) 성분이 함유된 식욕억제제인 패스틴-XR(FASTIN-XR) 1통(45정)을 주문하고, 위 사이트 운영자가 이용하는 채○○ 명의의 은행 계좌로 130,000원을 이체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주거지에서 택배를 통하여 패스틴-XR 1통을 배송받았다. 이로써 청구인은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함유된 패스틴-XR을 매매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8. 10. 12.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식욕억제제인 패스틴-XR을 구입하면서 그 속에 향정신성의약품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마약류를 구입한다는 고의가 없었다. 3. 판단 가. 인정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인천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함유된 식욕억제제인 패스틴-XR을 판매하는 인터넷 해외직구 사이트(이하 ‘○○ 사이트’라 한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여 2018. 4. 11. 국내 택배발송 담당자와 판매사이트 관리 담당자를 검찰에 송치하였다. (2)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청구인이 ○○ 사이트를 통해 패스틴-XR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하였다. (3) 수사결과, 청구인은 2016. 10. 23. ○○ 사이트에 접속하여 패스틴-XR 1통을 주문하고, 다음 날 13만 원을 송금한 후, 택배를 통해 패스틴-XR 1통 (45정)을 배송받은 사실이 확인되었다. (4)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는 2018. 3. 8. 패스틴-XR에서 엔-메틸펜에틸아민, 엔,엔-디메틸펜에틸아민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감정결과를 제출하였다. (5)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8. 3. 23. 엔-메틸펜에틸아민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3] 제2조 제3호 나목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한다고 회신하였고(수사기록 41면), 2018. 5. 1. 엔,엔-디메틸펜에틸아민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4] 제2조 제3호 나목 소정의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한다고 회신하였다(수사기록 171면). (6)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5. 9. 16. 패스틴-XR 등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다이어트 보조제 등에서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물질이 검출되어 해당 제품들의 통관금지와 판매 사이트 차단을 각각 관세청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하였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나. 판단 청구인이 마약류 성분이 함유된 식욕억제제 패스틴-XR을 구입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다음의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청구인이 패스틴-XR을 구입할 당시 그 속에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함유된 사실을 인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청구인이 패스틴-XR을 구입한 시점으로부터 약 1년 남짓 이전인 2015. 9. 16.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외 인터넷 사이트 판매 식품에서 각성제 유사 성분 검출’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는데, 패스틴-XR에 대하여는 ‘각성제 유사 성분인 BMPEA와 PEA가 검출되었는데 BMPEA와 PEA는 마약, 각성제의 원료인 암페타민(향정신성의약품) 유사 성분들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실시되지 않아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부작용이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다이어트 효과 및 근육강화와 관련된 스테로이드제 성분(스타노졸롤), 향정신성의약품 성분(펜메트라진, 펜디메트라진), 디니트로페놀 등은 검출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수사기록 162면 참조). 청구인이 패스틴-XR을 구입할 당시 1년 남짓이나 전에 발표된 위 보도자료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점에 대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가사 청구인이 패스틴-XR을 구입할 당시 위 보도자료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위 보도자료의 취지는 패스틴-XR에 안전성이 입증되지 아니한 성분이 검출되었으니 주의를 하라는 것이고,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에 불과하고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함유되었다는 취지는 아니므로, 위 보도자료를 근거로 일반인인 청구인이 식욕억제제인 패스틴-XR을 구입할 당시 그 속에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함유되어 있음을 인식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2) 청구인이 패스틴-XR을 구입하고 1달 남짓의 시간이 흐른 시점인 2016. 11. 21.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6년 해외 인터넷 직접 구매 제품 검사 결과-다이어트 효과 및 성기능 개선 표방 제품 구입 시 주의 필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는데, 패스틴-XR에 대하여는 ‘각성제인 암페타민 이성체인 베타메틸페닐에틸아민(BMPEA)이 검출되었다. 베타메틸페닐에틸아민은 각성제 원료인 암페타민 이성체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실시되지 않아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뇌혈관 파열, 심부전, 고열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수사기록 181면 참조). 위 보도자료의 내용 역시 패스틴-XR에 유해물질이 함유되어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이지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는 취지는 아니다. 청구인이 패스틴-XR을 구입할 당시인 2016. 10. 23.에 그로부터 1달 남짓 후에 발표된 2016. 11. 21.자 위 보도자료의 내용을 아는 것은 역수상 불가능한 일이고, 위 보도자료의 취지는 패스틴-XR에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아니한 성분이 검출되었으니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위 보도자료를 근거로 청구인이 식욕억제제인 패스틴-XR을 구입할 당시 그 속에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함유되어 있음을 인식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3) 청구인이 이 사건 이전에 의사의 처방을 받아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청구인이 식욕억제제 패스틴-XR을 처방전 없이 구입했으므로 구입할 당시 그 속에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함유되어 있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수사기록 43면에 의하면, ○○ 사이트에서는 패스틴-XR을 ‘처방약 식욕억제제 페스틴을 소프트 리뉴얼한/ 패스트-XR’이라고 소개하면서 ‘비처방전 버전으로 소프트 리뉴얼한 식욕억제제’라고 설명하여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식욕억제제임을 광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4) 청구인이 패스틴-XR을 구입할 당시 ○○ 사이트 게시판에 해당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마약류 성분이 함유되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이나 그에 대한 답변 등이 게시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없고, 설령 그와 같은 게시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이 패스틴-XR을 구입할 당시 그 게시물을 보았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 사이트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수차례 유해식품ㆍ의약품 판매 사이트로 지정되어 접속이 차단된 사실은 있지만,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 청구인이 패스틴-XR을 구입할 당시 이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식욕억제제에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사실을 인식하였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결국 위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이 패스틴-XR을 구입할 당시 그 속에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함유된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함유된 사실의 인식 여부와 관련성이 있는 사실에 대한 보강수사를 하지 아니한 채 청구인에게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의 고의가 있는 것으로 단정하였다. 다. 소결 따라서 청구인에게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내려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증거판단, 수사미진, 법리오해의 잘못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출처] 법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헌재 결정례) - 2018헌마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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