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재판부 2017헌마356, 2017. 7. 27., 인용

【전문】 사 건 2017헌마356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허○후 대리인 변호사 조해인, 신소양 피 청 구 인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주 문] 피청구인이 2016. 12. 28. 서울남부지방검찰청 2016년 형제73762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서울 ○○구 ○○로 ○○길 ○○에 있는 ○○교회의 관리인이다. 청구인은 2016. 12. 6. 12:35경 위 교회의 일부 교인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사용하는 1층 사무실의 앞ㆍ뒤 문짝을 떼어내 손괴하였다는 혐의로 입건되었다. 피청구인은 피의사실은 인정되지만, 피의자에게 전과가 없다는 점, 사안이 중하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2016. 12. 28.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서울남부지방검찰청 2016년 형제73762호, 다음부터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청구인은 2017. 4. 3.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교회의 일부 세력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집단행동을 계획하고 준비하기 위하여 교회 1층 사무실을 무단 점유하고 다른 교인들의 출입을 통제하였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점거한 사무실은 교인 누구나 신앙생활을 목적으로 교회 관리자의 사전 허가를 받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교회 재산인 사무실에 대한 독점권을 주장할 수 없다. 담임목사 ○○영은 여러 번에 걸쳐 비상대책위원회에 사무실 개방을 요구하였지만 무시당하였으며 그로 말미암아 화재예방시설 등 관리에 어려움이 발생하였다. ○○영은 부득이 관리인인 청구인에게 사무실 출입문을 분리할 것을 지시하였고, 청구인은 사무실을 본래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을 뿐이다. 청구인은 ‘타인의 재산’을 손괴한 것이 아니며 청구인에게 재물손괴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 또한, ○○영은 담임목사로서 교회 재산을 관리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에 따른 청구인의 행위 역시 정당한 업무수행의 일환이었다. 그런데도 청구인에 대한 재물손괴의 피의사실을 인정한 피청구인의 판단에는 중대한 법리오해 또는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교회는 설립 당시부터 대한예수교장로회 산하 □□노회에 소속되어 있던 교회이다. ○○교회의 담임목사이자 당회장인 ○○영은 소속 교단 탈퇴ㆍ변경 등을 놓고 □□노회와 갈등하였다. 그 과정에서 □□노회는 2014. 7. 22. ○○영이 노회의 지도와 관리를 배척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영을 면직하는 내용의 판결을 하였다. 그러나 ○○영은 □□노회의 면직판결에 불복하며 담임목사와 당회장 역할을 계속하였고, □□노회는 ○○영을 대신할 임시 당회장을 ○○교회에 파송하기도 하였다. (2) ○○교회 교인들은 담임목사 지위 인정 여부 및 교단 복귀 문제 등을 놓고 분열하였다. ○○영을 반대하는 일부 교인들은 2016년 말경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담임목사나 사무장 등과 아무런 협의 없이 ○○교회 1층에 있는 사무실을 몇 주에 걸쳐 독점 사용하며, 비상대책위원회 소속이 아닌 교인들은 들어오지 못하도록 잠금장치로 차단하였다. (3) ○○교회의 관리인인 청구인은 2016. 12. 6. 09:00경 비상대책위원회 교인들이 위 사무실에 책상 등 집기류를 넣는 것을 보았다. 청구인은 비상대책위원회 측에 사무실을 개방하고 물건을 다시 빼낼 것을 요구하였으나 거부당하였다. 담임목사 ○○영과 사무장 윤○덕은 시설 관리 등을 위해 청구인에게 비상대책위원회가 사용하던사무실 문짝을 분리하여 개방하도록 지시하였다. 청구인은 2016. 12. 6. 12:35경 사무실 문짝에 설치된 잠금장치가 견고하여 그 장치만을 해제하기 어려워 사무실의 앞ㆍ뒤 문짝 연결 부분을 드라이버로 해제한 뒤, 떼어낸 문짝 두 개를 약 30m 떨어진 옆 건물 지하 창고에 가져다 놓았다. (4) 김○수 등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인들은 청구인이 사무실 문짝을 손괴하였다고 주장하며 112에 신고하였다. 현장에 출동한 서울 강서경찰서 경찰관들은 2016. 12. 6. 13:00경 청구인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하였다. 경찰은 청구인의 재물손괴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아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였다. 피청구인은 별다른 추가 수사 없이 2016. 12. 28. 청구인에 대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의 행위가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 및 형법 제21조 제1항의 정당방위 또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할 여지는 없는지 여부이다. 다. 구성요건 해당성 여부 재물손괴죄는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타인의 재물의 효용을 해하였을 때 성립한다(형법 제366조 참조).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교회 1층 사무실 출입구에 달린 앞ㆍ뒤 문짝은 교인들의 총유물로서 손괴죄의 객체가 되는 타인의 재물에 해당한다. 청구인은 가지고 있던 드라이버를 이용하여 잠금장치가 달린 사무실의 앞ㆍ뒤 문짝을 분리한 다음 교회 창고에 옮겨 놓았는데, 이는 일시적으로나마 문짝을 본래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함으로써 그 효용을 해하는 행위이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9219 판결 참조). 따라서 청구인의 행위는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 담임목사 ○○영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므로 타인의 재물을 망가뜨린 것이 아니라거나 손괴의 고의가 없었다고 다투는 청구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라.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 해당 여부 다음으로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방위 내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은 없는지 여부에 대하여 본다. 이 사건 기록상 비상대책위원회의 성격, 가담한 교인의 수는 물론 ○○교회 1층 사무실 점거행위가 적법한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사무실 사용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별다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사무실을 독점하고 위원회 소속이 아닌 교인들의 사용을 잠금장치로 막았다.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김○수의 진술에 의하면 은퇴한 장로들이 1층 사무실을 사용하라고 하여 그에 따랐다는 것일 뿐, 달리 정당한 근거를 갖추었다는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편, ○○교회 정관에 따르면 교회의 재산에 관한 권한은 담임목사에게 위임되어 있으므로, ○○영이 청구인에게 1층 사무실을 개방하여 관리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이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영과 대립하던 대한예수교장로회 □□노회가 2014년 7월경 ○○영에 대해 면직판결을 한 것은 사실이나, ○○영이 불복함에 따라 피의사실 발생 당시에는 담임목사 지위와 관련한 소송이 계속 중이었고, 달리 ○○영이 ○○교회 정관에 정한 절차에 따라 해임되었다는 등 자격을 잃었다는 명백한 사정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의 지시 또는 허락을 받고 사무실 문짝을 떼어낸 청구인의 행위가 곧 위법하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아울러 청구인은 ○○교회의 관리인으로서 건물 전체를 안전하게 유지할 책임이 있었고, 시설관리 또는 범죄 및 화재예방 등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가 장기간 점거한 1층 사무실에 수시로 출입할 필요가 있었다. 청구인의 행위는 공개적으로 대체로 평온하게 이루어졌으며, 문짝 연결 부분을 풀어낸 뒤 다른 장소로 잠시 옮긴 것에 불과하여 그로 말미암은 법익침해의 정도가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 게다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인들은 여전히 그 사무실을 포함한 교회 안에서 토론이나 회의를 진행할 수 있었으므로, 청구인의 행위로 발생한 피해가 해당 사무실을 개방해야 할 필요성에 비해 결코 무겁다고 할 수도 없다. 마. 소결 이상의 점을 종합하여 보면, 청구인의 행위는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였으나 그 위법성을 조각하는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따라서 피청구인으로서는 ○○교회를 둘러싼 사건 배경과 경위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 비상대책위원회에 의한 사무실 점거행위의 위법ㆍ부당 여부, 청구인의 손괴의 동기 및 법익침해의 정도,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경중 등을 면밀히 따져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았어야 한다. 피청구인이 아무런 추가 조사 없이 경찰 수사기록만을 토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재물손괴죄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수사미진 내지 법리오해에 따른 자의적 검찰권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인정된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출처] 법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헌재 결정례) - 2017헌마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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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송경과 ]

[ 참조조문 ]

형법 제20조 제21조 제366조

[ 참조판례 ]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9219 판결

[ 참조판례 체계도 ]

[ 변호사 태그]

조해인 신소양